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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취학 난관…사회적 벽
실감 일반인, B형간염 타액 전염 오해
현재 우리나라 만성B형간염보유자는 인구의 약 5~8%(250~350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만성B형간염보유자는 환자의 면역상태, 연령에 따라 만성 간염으로 이행되는 비율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성인은 약 5%, 신생아는 약
95%가 만성 간염으로 이행된다. 하지만 대부분 B형간염보유자들은 관리만 잘하면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렇지만
B형간염보유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그들은 유·무형의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총무는 이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는 간염보유자들을 위해 2001년 B형간염보유자임을 공개하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병을 제대로 알고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B형간염보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곳곳에서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총무는 취업, 취학,
사회적 따돌림 등 B형간염보유자들이 겪는 차별은 개인에게 엄청난 수치심과 상실감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2004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약 75%가 'B형간염이 음식이나 침(타액)으로 인해 전염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B형 간염은 음식이나 타액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와 보건당국의 일치된 견해다. 결국 이런 오해로 인해 일부회사, 학교 기숙사, 유치원 등에서는 B형간염보유자를
아예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1년 365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군대에서는 B형간염보유자도 제한없이 입대한다"며 "군생활을
건강하게 마친 20대 청년이 취업과정에서 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윤 총무
자신도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99년 대학 졸업이후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는
B형간염보유자라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 직장을 다니다 이직을 하게 됐는데 그쪽 회사에서 B형간염보유자라며 채용을 거부했다.
그때 우리사회가 아직도 터무니없는 사회적 격리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00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간기능이 정상이고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대부분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은 물론이고 공무원으로 취업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은 2000년 10월 5일 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이 개정되어 발병기간에 취업을 금하는 질병에서 B형 간염이 제외된 후의
일이다. 간사랑동우회는 현재 이런 취업차별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다. 아직도 일부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행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윤 총무는 "취업차별보다 더 심한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취학과정에서 겪는 차별이다"며
"특목고의 경우 100% 기숙사 생활을 전제로 하는데 B형간염보유자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기숙사에서 받아주지 않아 입학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 의료계, 언론, 기업들과 함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B형간염에 대한 편견은 1980년대에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펼친 술잔 돌리지 말기와 같은 간염예방 캠페인에 비롯된 바가 크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타인에게 병을 옮기고 다니는 위험한 사람도 아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B형간염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면서 멀리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B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고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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