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뉴스

간질환에 대한 뉴스를 소개합니다.
예전 간질환 뉴스는 구 간질환 뉴스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메르스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 왔을까? 혹여나 ‘격리’의 상상력은 아니었던가? 확진자에 대한 과학적 격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마음부터가 ‘타자’를 ‘격리’하지 않았던가 묻고 싶은 것이다.

“간염은 에이즈(AIDS)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가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는 간염 보균자로 태어났고, 지금은 활동성 간염 환자다.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태반은 전염을 걱정한다. “우리 부대찌개 같이 먹었잖아. 옮는 거 아니야?” 식으로. 이런 걱정은 두 가지 이유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나, 간염이 전염병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둘, 하지만 간염이 어떤 전염병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말장난 같지만 걱정을 해소시켜주려면 두 번째 기원을 혁파하면 된다. 거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것이 에이즈다. 둘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두 병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에이즈를 앓고 있는 여성과의 사랑
내가 앓고 있는 간염은 병의 경과를 제외하면 에이즈와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혈액과 정액이 주요 감염 경로라는 점, 바이러스를 보유한 어머니를 통해 수직감염이 발생한다는 점, 난치성 질병이라는 점, 하지만 약물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고 전염 가능성을 현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취업 제한 사유가 되는 등 사회적 삶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간염의 경우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하지만 두 병에 대한 공포감은 사뭇 다르다. 나는 두 병을 함께 설명하며, 에이즈보다는 공포감이 덜한 간염의 인상과 간염보다는 대체로 잘 알려진 에이즈의 정보를 버무린다. 비유를 통해 두 병의 정보와 인상을 뒤섞으면, 성공적일 경우 이런 메시지가 전달된다. ‘나와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해서 간염에 걸릴 일은 없어요.’ ‘에이즈는 불편하지만 잘 관리하면 그렇게까지 무서운 질병은 아니랍니다.’

프레데릭 페테르스의 만화 <푸른 알약>의 한 장면 / 세미콜론 제공


이런 식이다보니, 에이즈를 앓고 있는 여성과의 사랑을 그린 프레데릭 페테르스의 자전적 만화 <푸른 알약>은 내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왔다. 여성에게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고 작가에게도 그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만화는 에이즈에 대한 정보를 매우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이에게라면 나의 ‘간염≒에이즈’ 식의 설명도 더 힘을 얻는다. 이런 실존적인 이유를 떠나서도 <푸른 알약>을 소개할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막 메르스라는 전염병의 공포를 지나쳐왔지 않은가. 바로 이 시점의 우리에게 <푸른 알약>은 더없이 값진 깨달음을 준다.

<푸른 알약>의 초반부에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친숙한 얼굴들 가운데 여전히 낯선 이들이 있”고, “이따금 이들 중엔 다수의 무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작품은 그들 중 한 사람에 대해 다른 한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다. 어려운 용어를 굳이 빌린다면 ‘소수자’이자 ‘타자’인 에이즈 환자 카티에 대해,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프레드가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 이야기는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분량도 제각각인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시간 순서를 따라 세 에피소드만 스쳐가자.

동정과 사랑.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둘의 사랑은 카티의 세 고백과 함께 시작됐다. “있잖아요, 난 당신이 좋아요.” 그리고 “난 에이즈 환자예요.” “내 아들도요.” 프레드는 몹시 당황했다. “열정, 동정, 욕망, 도망, 악용, 형벌, 거부, 소유, 혐오, 슬픔, 분리.” 그 순간 프레드의 머리와 가슴 속에 몰려들었던 감정이다. 하지만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작품 출간 후 몇 년 지나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정이 가장 나빠요. 동정은 사랑하고 있다는 감각을 파괴하니까요.” 동정에 맞서, 다른 모든 감정에 맞서 사랑이 힘을 냈다. 둘은 함께 밤을 보냈고, 연인이 됐다. 사랑이란 이처럼 예외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만화 <푸른 알약>의 표지 / 세미콜론 제공

의지만으로는 돌파되지 않는 딜레마
공포와 의지. 두 사람의 세 번째 관계에서 사고가 났다. 콘돔이 터져버렸던 것이다. 프레드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카티가 당황했다. 다음날로 진료 예약을 잡은 후 둘은 누워서 각자의 생각에 빠진다. 카티가 묻는다. “무슨 생각해?” / “어어 그냥… 죽음에 대해.” / “당신은 죽지 않아.” 프레드의 답이 걸작이다. “당신이 죽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아.” 서로가 서로의 죽음을 부인하는, 서로를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의지(依支/意志)의 말들이다. “당신마저 감염된다면, 난 죄책감에서 헤어날 수 없을 거야.” 카티는 이어서 말한다. “난 당신한테 행복이 되고 싶지 위험이 되고 싶진 않아.” 하지만 둘 모두 안다. 행복과 위험 가운데, 사랑과 죄책감 가운데 하나만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딜레마는 의지만으로는 돌파되지 않는다.

앎과 상상력. 돌파구는 때로 외부의 도움을 통해 주어진다. 공포 속에서 둘은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카티의 건강상태를 묻고 프레드의 성기를 살펴본다. 그리곤 HIV의 감염 경로와 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이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건 이론일 뿐이에요! 이런 일들은 쉽게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 외에도 많은 조건들이 맞아야 하고, 또 두 분이 아주 불운한 경우라야 하니까요. 하지만 보다시피 부인의 건강상태도 좋고, 혈액 속의 바이러스 농도도 약하고, 또 선생의 성기도 양호한 걸로 보아 페테르스씨가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은, 이 방을 나갔을 때 흰 코뿔소와 마주칠 가능성쯤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의사의 이 말은 그저 과학이 아니다. 과학에 더하여 위트와 배려가 가득한 이 설명은 둘을 충분히 안심시켜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위험을 굉장히 마주치기 힘든 흰 코뿔소와 같은 존재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세 에피소드를 한데 묶어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사랑하기 어려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를 더 잘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랑과 의지가 물론 근본적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 ‘과학’과 ‘예술’ 같은 외부의 도움이 주어져야 한다. 상상의 존재인 매머드를 등장시켜 <푸른 알약>은 말한다. “예술의 주요 임무는 과학적 바탕 위에 다양한 형태들을 구축하는 것”(오귀스트 콩트)이라고. 하지만 때로 사회는 보다 덜 예술적인 방식으로 부정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타자’들을 ‘격리’시킨다. 프레드는 불평한다. “과학은 이들을 격리시켰단 말이야! 표시를 하고, 별도로 이름까지 붙여서!” 매머드는 힘주어 답한다. “과학은 이름을 붙였을 뿐이야! 격리시킨 건 바로 사회라고!”


메르스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 왔을까? 혹여나 ‘격리’의 상상력은 아니었던가? 확진자에 대한 과학적 격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마음부터가 ‘타자’를 ‘격리’하지 않았던가 묻고 싶은 것이다. “원래 지병이 있던 사람이나 노약자가 아닌 이상 메르스에 걸려 사망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썩 적절하지 않은 공표에 ‘건강한 성인’은 조금이나마 안도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서야 생각한다. 반대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과학적 앎 앞에서 ‘지병이 있던 사람’과 ‘노약자’야말로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말을 우리는 창안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공포를 넘어서는 의지로. 그리고 앎에 기반한 상상력과 함께.

매머드와의 논쟁 끝에 프레드는 묻는다. “과학은 왜 이름을 붙였지?” “더 잘 보살피려고”라고 매머드는 대답한다. 이 답은 조금 수정되는 편이 좋겠다. “사회가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로.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돌아볼 때다. ‘우리’ 안에 있는 소수자와 타자를.


<조익상 만화평론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6월 상위 제약사 처방액 추락 윤구현 2015.08.04 40
162 [전문의 칼럼]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중단하면 큰코다쳐 윤구현 2015.08.04 273
161 [암과의 동행] 암 치료효과 점점 좋아지는데… 간암 사망률 10년 제자리 윤구현 2015.08.04 209
160 성남 아동 3,637명 A형 간염 예방 무료 접종 윤구현 2015.08.04 7
159 C형간염 신약 ‘다클린자’·‘순베프라’ 급여 문턱 넘어 윤구현 2015.08.03 153
158 "좋은약+영업력" 비리어드 꿈의 1000억 돌파 초읽기 윤구현 2015.08.03 68
157 간염 치료제 페가시스 저용량(90mcg) 허가 만성 C형 간염 소아와 청소년에게 사용 가능 윤구현 2015.08.03 22
156 '다클린자+소발디', 간경변 C형간염에 획기적치료제 지정 윤구현 2015.08.03 76
» [만화로 본 세상]<푸른 알약>-전염의 공포, 서로를 잘 바라보려면 윤구현 2015.07.21 71
154 중앙대병원 최병인 교수 “간암 진단 가이드라인 보완해야” 윤구현 2015.07.21 80
153 비리어드, 상반기에만 매출 500억 돌파…年 1천억 노린다 윤구현 2015.07.21 47
152 간염 치료제 페가시스 저용량(90mcg) 허가 - 만성 C형 간염 소아와 청소년에게 사용 가능 윤구현 2015.07.21 14
151 BMS C형간염치료제 '디클린자' '순베프라' 사망례 발생 - 日후노성 심각한 부작용 항목에 '간부전' 추가 지시 윤구현 2015.07.21 81
150 고창 해안가·어패류서 비브리오패혈증균 발견 '주의보' 윤구현 2015.07.21 67
149 B형간염치료제 헵세라, 심각한 부작용에 '골절' 추가 - 日PMDA, 윤구현 2015.07.21 157
148 '다클린자+소발디', 간경변 C형간염에 획기적치료제 지정 - 간 이식 후 재발한 C형간염에도…2013년 첫 지정 이후 데이터 갱신 윤구현 2015.07.21 85
147 어머니에게 한쪽 신장 준 아내, 간암 투병 남편에게는 간이식 선물 윤구현 2015.07.21 140
146 길리어드 C형 간염약 '하보니' 日 승인 - 부작용 위험 높은 인터페론 등 치료제 사용 불필요 윤구현 2015.07.21 252
145 미 NGO, 북한서 B형간염 첫 예방사업 윤구현 2015.07.21 25
144 인터셉트, 희귀 간질환 치료제 승인신청 윤구현 2015.07.21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