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약품이 보험적용에 기간별로 제한돼 있어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자칫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간경변, 간암을 비롯한 합병증으로 인해 현재 ‘간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수치 낮다고 보험적용 제외?= B형간염 보균자인 왕조한(가명)씨는 1년3개월전 백혈병에 걸린 뒤 B형간염치료제인 제픽스를 복용해 오다가 11개월만에 내성이 생겨 다른 B형간염치료제인 헵세라로 바꿨다.
문제는 왕씨의 경우 B형간염 보균자이기는 했지만 간수치는 특이성이 없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약을 계속 사 먹어왔어야 했다는 점이다.
간수치란 간세포가 파괴될 때 상승하는 수치를 주로 지칭하며 간염과 관련된 항목은 AST/ALT(GLP/GDP)로 40IU/L이하가 정상이다. 국내에서는 AST, ALT로 주로 불린다.
현행 보험제도에 따르면 적용 제한 기간 없이 지속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제픽스의 경우 간수치가 80이 넘어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타 약제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조건이거나 사용 기간까지 제한되는 한정적인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왕씨의 경우 간수치가 낮지만 타 질환과 함께 걸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가 항바이러스제를 일찍 처방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원래는 간수치가 낮아 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지만 백혈병으로 인해 약해진 몸에 간염이 발병할 것을 우려, 약을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간경변이나 간암, 혹은 암 등의 병이 발병했을 때 간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보험적용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보험 제외되면 매달 20여만원 부담=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간염 환자수는 1만2370명(10월 현재), 그중 B형간염환자는 6580명이며 만성B형간염환자는 5334명에 이른다.
A, B, C형간염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만성B형간염 환자만 보면 지속적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B형간염에 걸린 환자는 특별한 치료제는 없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기에 만성환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사용되는 약으로는 제픽스, 헵세라, 바라쿠르드 등이 있다.
이중 제픽스는 기간 제한이 없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외 대부분의 약은 1~3년 가량의 기간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픽스에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이 적용될 때 본인부담금은 30%이며, 의료보호대상자들은 전액 무료로 보험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험적용에서 제외될 경우 실제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제픽스의 경우 한 달에 약 20만원이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에 따르면 큰 비용은 아닐 수도 있으나 가족내 전염이 쉬운 편이기에 한집에 여러명의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차상위 계층의 경우 부담을 느낄수 있으며 의료보호대상자들은 아예 약을 사 먹기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B형간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경제적으로 악조건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적용 여부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획일적인 보험적용= 대한간학회 이영석 차기이사장은 획일적인 치료기준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질병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간수치만을 기준으로 보험을 적용해서 생기는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간경변이나 암에 걸렸을 경우에만 해당돼지 않는다. 왕씨와 같이 대부분의 암에 걸렸을 경우 동일한 문제점이 발생하며 간이식을 한 경우도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1년이 지나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다.
국립암센타의 최근 연구자료에 따르면 B형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한 경우가 74%에 달해 B형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주요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영석 차기이사장은 “합병증을 갖고 있을 경우 B형간염으로 인해 간수치가 급작스럽게 상승,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전재희(한나라당)의원실 관계자는 “사각지대가 있으면 보험을 확대해서 보장해 주는 것이 맞다”며 “단순히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질병을 포함해서 기준을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영석 차기이사장은 간암의 경우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B형간염에 걸린 이들은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더라도 꼭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찰받을 것을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windfly@mdtoday.co.kr) 블로그 가기 http://windfly.md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