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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법에 밀려난 간암등록사업에 간암학회는 '한숨'
2015.10.09 14:32
개인정보법에 밀려난 간암등록사업에 간암학회는 '한숨'2005년부터 학술자료로 활용해왔는데…중앙암등록본부로 넘어가면 정확성 떨어져
간암 환자 발생과 치료, 그 예후까지의 데이터를 의료진 자발로 축적하던 간암등록사업이 개인정보보호법상 한계에 부딪혀 중단됐다.
▲ 엄순호 회장 |
간암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4년 22.4%에서 2014년 22.8%로 10년째 점증하고 있으며 OECD국들 중 간암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이에 간암학회는 정부 산하인 중앙암등록본부와 공조, 간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고 그 예후가 어떤지 등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간암등록사업'을 지난 2005년부터 이어오고 있었다.
간암등록사업은 간암학회의 대표적인 사업이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엄순호 회장의 평가다.
그러나 지난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환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만 간암 등록을 할 수 있게 돼 이후 등록된 간암 환자 수가 현저히 감소했고, 표본이 대폭 줄어들어 데이터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등록 환자 수는 지난 2008년 2,454명 등록을 정점으로 2013년 141명, 2014년 31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이달 기준으로 등록환자가 4명뿐이다.
이에 간암학회에서는 자발적 간암등록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회원들의 혼란을 피하도록 1년간 유예기간을 갖기로 했다. 사업 최종 종료일은 내년 9월 31일이다.
앞으로는 중앙암등록본부가 간암등록사업 주체가 돼 정부 지원하에 15% 랜덤 샘플을 추출 조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지속된다.
이렇게 되면, 중앙암등록본부에 모인 데이터는 모든 암 환자들의 빅데이이긴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중앙본부 데이터만으로는 특정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받지 않은 채 B대학병원으로 옮기게 되면 현재 시스템으로는 중앙암등록본부에서는 진단코드 외에는 파악할 수 없다.
현재는 추적조사를 하려면 중앙본부에 축적된 빅데이터 중 15% 랜덤 샘플을 추출해 일일이 의료기관에 전수조사를 나가야만 한다. 진단 후 치료에 대한 추적조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즉 간암등록사업 데이터는 별도의 전수조사 없이도 자연스럽게 추적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 가이드라인 등 연구에 활용 측면에서 데이터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해당 사업의 중단을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이유다.
엄 회장은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학술자료가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학회가 10년간 간암등록사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개인정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공익적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가치가 소실되는 것 같아 정말로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엄 회장은 "일본도 개인 동의서를 받아야 하지만 정서상의 차이로 여전히 간암학회 자체에서 원활히 등록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사업이 중단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 정서가 환기돼 학술 활용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규정이 적용되는 식의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계속적으로 향후 중앙암등록본부와 간암환자 데이터 축적을 위해 공조할 방침이다.
엄 회장은 보다 학술적 가치가 있는 정확하고 연속적인 데이터가 축적되도록 유관기관 간 공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엄 회장은 "중앙본부와 건보공단 자료를 연계해 환자 고유번호를 매칭하는 등 복잡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기관 간 사정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와 산하기관 간 생산성 있는 논의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