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0명 중 8명 '만성질환'‥정부, 대책 마련 골몰 사망원인 상위 10위 중 7개가 만성질환

"주변에 먼저 돌아가신 분들 생각을 해보세요. 사고로 돌아가신 분보다 질환을 앓다가 먼저 가신 분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소속의 한 의사가 어느 간담회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말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만성질환은 보통 6개월 혹은 1년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말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유전, 흡연, 운동, 나쁜 식습관,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같은 생활 속 습관과 환경 오염과 같은 환경적인 원인, 신체의 생리적 기전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구 고령화,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인한 만성질환 유병율의 증가로 사회적, 개인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정율원 예방의학 전문의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 정율원 예방의학 전문의는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의 81%를 차지한다"고 설명하며 실제적 사망을 이르게 하는 원인은 급성기 질환보다 만성질환이 많다는 것에 무게를 뒀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사망자 수 7만5334명로 전체 사망자의 28.3%에 달했다. 상위 10위권 중에 만성질환에 해당하는 질환은 ▲뇌혈관질환 9.6% ▲심장질환 9.5% ▲당뇨병 4.1% ▲만성하기도질환 2.7% ▲간질환 2.5% ▲고혈압성질환 1.8%으로 7개나 해당된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 역시 전체 80%를 차지한다.

정 전문의는 "순환기계질환 진료비는 6조 1000억원 규모로 오히려 암진료비 4조 1000억원을 넘어선다. 아울러 단일상병 기준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질병은 고혈압으로 2조 1639억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윤주영 연구위원도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만성질환은 의료비 부담 뿐 아니라 삶의 질 저하와 조기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손실로도 이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주로 질병구조가 변화하면서 국민의료비의 급증 등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복합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기에 더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높은 사망률 만큼 진료비 문제로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정부는 장기적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이재용 과장은 "만성질환 발생 및 사망의 증가로 만성질환의 사회, 경제적 질병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에 대한 예방 및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만성질환의 현황 파악 및 근거 중심의 대책마련을 위한 국가 및 지역단위 조사감시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으며 심뇌혈관 종합대책을 5년 마다 수립해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노력이 단일 만성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복합질환을 관리하는 정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건사회연구원 전진아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한국 성인의 복합질환 현황과 이환 패턴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의료가 활성화되지 않고, 각 해당 질환 간 전문가들 간 연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증가하는 복합질환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이어 "비록 최근 복합질환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의 복합질환을 관리하는 정책이 전무하며 향후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이와 관련한 사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치료의 접근성 강화, 지역단위 병원의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다영역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