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C형간염 실태 조사 전면 확대하라



2000년대 초에도 대한적십자사에서 공급하는 혈액을 통해 B·C형간염 환자들이 발생했다. 감염된 피가 수혈됐기 때문이다. 적십자사 혈액원 관계자의 내부 고발로 원인이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적십자사는 B·C형간염을 걸러낼 첨단 장비를 갖추었고, 정부는 혈액 관리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해 1인당 40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했다.

이처럼 간염은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주로 의료기관 등을 통한 '검사 시스템 부재'나 '후진적 의료 행태로 인한 사고'로 발생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불거진 C형간염 사건으로 '병원=무균실'이란 신화가 깨졌다. 오염된 주사기·의료기기나 주사제제 처리에 대한 의료인들의 무관심이 C형간염을 배태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다. 주사기 재사용이나 오염된 의료기기·주사제제 사용 등이 확인되면 그 병원을 찾은 모두 사람을 조사해 C형간염 여부를 즉각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문제가 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진료받은 사람들을 방역 당국이 추적 조사한 결과, C형간염 유전자 양성이 67명, 원주의 한양정형외과 의원에서도 208명이 확인됐다. 국민에게 충격을 줄 만한 숫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2월 이후 국민에게 주사기 재사용 신고를 받아 조사에 들어간 병·의원 중 C형간염 환자가 평균치 이상 나온 곳조차 아직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정밀 추적으로 왜 C형간염에 걸렸는지 알아내야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고, C형간염에 걸린 것조차 모르던 사람도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C형간염은 그동안 치료제 등이 개발되지 않아 정부의 감염병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이젠 치료제도 나와 완치가 가능한 만큼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정부는 40세와 66세 때 생애 전환기를 맞아 하는 건강검진에도 C형간염을 전면 도입해 실시해야 한다. C형간염은 B형간염보다 만성간염이 될 확률이 높고, 노후에 '간경화'등으로 발전해 고령사회에 위험한 질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또 감염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 환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정부가 의료기관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치료비를 일괄 대줘야 한다. 지금처럼 느슨한 대처로는 고령사회에 부담만 될 뿐이다. 이렇게 원론대로 순서를 밟는 게 '공중 보건'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