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비슷한 시기에 다른 두 병원에서 한 초음파 결과 차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06.9.20.
2008.03.11 20:23
최근에 비슷한 고민을 하신 분들이 여럿 있으셨습니다. 일주일 정도 사이를 두고 초음파를 받았는데 한 곳에서는 간경변 초기라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간경변은 아니라고 했다는 겁니다. 환자로서는 무척 답답한 일이죠.
그럼 왜 이런 일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은 의사의 실력을 의심하거나 검사의 신뢰도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초음파는 영상으로 보는 검사입니다. 숫자로 표시되는 검사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간경변과 간경변 이전의 섬유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는 두부 자르듯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씩 진행하는 것이죠. 날씬한 사람과 통통한 사람의 구분이 그리 쉬운 건 아니죠? 둘 사이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말이 다른 경우는 의사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더 많고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잘 아는 got, gpt 수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got,gpt 의 정상 기준이 40 이인 곳이 많은데 어떤 날은 39가 나왔고 다른 날은 41이 나왔다고 합시다.
39는 정상이고
41은 비정상입니다. 그러나 둘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설명하는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39일 때 '정상입니다'.... 라고 말하고 41일 때 '간수치가 조금 높군요'... 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은 그 사이에 크게 변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사실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딱 절반 물이 들어 있는 물컵을 보고 '물이 반 밖에 없다'라고 하는 것과 '물이 반이나 있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보는 관점의 차이라는 거죠.
같은 초음파 결과를 보고도 어떤 의사선생님은 환자에게 보다 희망적이게 말을 하고 어떤 의사선생님은 겁을 주거나 냉혹하게 말을 합니다. 이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걱정이 많은 환자에게는 희망을 주어야 하고 검사를 소홀히 하는 환자에게는 겁을 주는 것이 맞습니다.
검사결과가 숫자로 나오는 것이라면 검사결과를 보고 환자가 적절히 감안해서 들을 수 있지만 초음파 검사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대부분의 의사선생님들은 환자들에게 이야기 하는 방법이 일정합니다. A라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했던 선생님들은 이후에도 그럴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회원여러분들에게 한 병원을 꾸준히 다니시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간질환은 한 번의 검사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이 제한 되어 있습니다. 오랜 검사결과를 볼 수 있다면 환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환자가 의사를, 의사가 환자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초음파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료 행위는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만남입니다.
만약 한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했고 다른 병원에서 조금 이상이 있다고 했다면 그 사이 쯤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런 검사결과가 많이 불안하시다면 결국 아주 좋은 기계를 두고 있는 종합병원을 가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종합병원은 훨씬 해상도 높은 기계를 가지고 있고 복부 초음파만 하는 의사들이 검사를 하고 진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같은 결과를 설명할 때 담당 의사 말의 느낌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종합병원은 사정상 기계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기 쉽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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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러쉬
2011.02.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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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행복
2013.04.06 04:11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환자가 궁금한것을 콕 찝어서 말씀 해 주시는군요.
대학병원을 5년 가까이 다니며 느낀것은 사실 질문을 해도 담당 의사선생님의 정확한 답변은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종합병원은 사정상 기계적인 진료가 이루어 지기 쉽다는 총무님의 말씀에 100% 공감이 가서
몇가지 저의 경험상 사례를 들어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제 처는 모계 수직감염으로 2008년 6월에야 복수가 갑자기 차 올라 모 대학병원에 갔더니 오래된 간경변이라는겁니다.
당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심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검색등으로 한참 뒤에야 안 것 이지만 평소에도 살짝 부딧치기만 해도 팔 다리 허벅지 같은곳에 시퍼렇게 멍이들고 거미줄 같은 파란 혈관이 많이 보엿던것은 다른 여러 원인도 있었겟지만 간경화도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를 진료초기 몇개월 뒤 간경변 진료시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좀더 정확히 알고자 이런것들이 간경화와 관련이 있는가를 담당의사에게 물어보니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서 모르겠다."라는 참으로 맹랑한 답변을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그건 다른 진료과에 가서 물어보세요. 하고는 옆방에 대기중인 환자를 진료하러 가십디다.
그때 심정은 정말 얼굴에 침이라도 뺃어주고 싶은 심정 이었습니다. 당시 혈소판 수치(4만정도)나 PT(17SEC 정도)같은 검사항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
과연 소화기내과 간 당당 진료부서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까요?
정말 진료를 제대로 하나 싶을 정도로 뭐 좀 물어보면 건성건성 답변 하는것이 정말 내가 이병원을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매번 모니터 상의 검사결과를 대충 보시더니 "간 염증 수치는 잘 관리되고 있군요. 석달(또는 6개월) 뒤에 봅시다."
하며 뭐 물어볼 겨를도 없이 휙 옆방으로 가 버리시기가 다반사 입니다. 정말 주눅이 들어 다음 부터는 궁금한것이 있어도 물어보기가 겁이 나더군요.
한번은 진료전 초음파 결과를 복사해서 살펴보니 소량의 복수를 동반한것으로 나와 있는데 환자를 뉘어놓고 복부 몇군데를 탁탁 처보더니
"복수도 다 빠지고 없네요" 하더군요. 물론 복수가 적게 찬 거니까 그렇게 말씀을 하신건지 아니면 초음파 결과를 유심히 보시지 않아서 그렇게 말씀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수가 없습니다.
최근 진료시(2월25일)에는 대장암 수술전부터 이뇨제를 계속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도 복수가 차 있었는지 거의 어른 주먹 1.5배정도의 큰 탈장이 하복부 좌 우 양쪽에 생겨 거의 생활이 불가능 할정도로 처가 고통을 호소하고 수술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몇차례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변이 없으시기에 수술하면 혹시 간에 무리가 가지 않겠냐고 물어봐도 별 대답이 없으시더군요.
다음날 대장암 진료시(2월26일) 암쎈터에 가니 담당의사 선생님(대장암 3기 수술(2011년 8월)도 이 분이 하셨음)은 탈장된 부위를 보시더니 크게 놀라시며 당장 수술 을 해야겠다는것입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지냈느냐 이정도면 걷지도 못할 정도라며 자신의 진료일정을 쭉 보시더니 3월 12일로 수술날자를 잡고 탈장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므로 당일수술(입원없이 하는수술)로 하는것이 가능 하다며 수술에 필요한 각종 검사 일정을 잡고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을 하시더군요.
수술이 끝난직후 보호자 대기실 인터폰으로 보호자인 저를 수술실로 부르시더니 수술은 잘 되었다며 복수가 너무 많이 차서 복수를 빼가며 수술을 했다는등 친절한 부연 설명까지 하시며 다른 사람 같으면 당일 퇴원이 가능한데 복수가 계속 찰지 모르고 간경화라서 수술 부위의 상처 치료경과를 봐가며 2~3일 정도 입원을 하다가 퇴원 하는것이 좋겠다며 입원실까지 직접 잡아주시더군요. 그 뒤 실밥도 직접 뽑아 주시고(대개 수술부위 상처치료나 실밥 뽑는것은 초보외과의사들이 합니다.) 또 탈장시 생긴 주머니 같은곳에 고여있는 복수도 700cc정도나 직접 주사기로 뽑아 주시며 "이거 영상의학과에 가서 빼면 10만원은 드는건데 그냥 빼주는거야." 라며 껄껄 웃으시더군요.
이때 제가 느끼는건 "아~ 이런 친절한 의사선생님도 계시구나!" 종합병원이라고 해서 모든 의사들이 다 같은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감사한 마음은 아마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입니다. 과연 그 의사선생님은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런 수고를 하셨을까요?
제가 그 의사 선생님 이름만 대면 많은 대장암 환자들은 잘 아실수 있는 국내에서는 손에 꼽을수 있는 몇째 안가는 명의로 잘 알려진 분이십니다.
물론 종합병원이란곳이 환자가 많고 진료시간은 제한돼 있는 관계로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또한 바쁜 탓도 있을수 있겠지만 현재 진료 받고있는 질병이 자신이 전공 하지않은 다른 분야와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 답변 하기가 매우 조심 스럽고 어려울수도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잘못될 경우 책임문제도 따를것이고....
그러나 적어도 물어본것에 대해서는 성의있게 답변 해주고 환자나 보호자가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다면 다소 안심 시켜주어야 하는 것 도 의사들의 주된 임무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병원에서 환자나 환자 보호자만끔 위축된 약자는 없습니다. 뭐라도 물어 볼라면 정말 의사 선생님의 눈치를 보는게 사실입니다.
혹시 물어보면 불쾌하게 생각하시지나 않을까? "그렇게 잘 알면 병원에는 왜와?" 라고 생각하시지나 않을까 등등....
또 말이 그렇지 의사가 불친절하면 병원을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 하실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을 옮긴다는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중환자들이 검사비 치료비도 동네 병원보다 훨씬 비싸고 다소 불친절한(?) 종합병원을 선호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합병증의 발견 또는 합병증으로 인한 타 진료부서의 검사나 진료 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 좀 더 정확하고 빠른 치료를
받기 위해서 일것입니다.
대장암 수술 같은 경우 중증 간경화 진료를 집 근처의 동네병원에서 진료 받다 발견 하였더라면 종합병원의 수술 날자 잡는데만도 길게는 몇달이 소요되는것은 다들 잘 아실것 입니다. 물론 중환자가 아니라면 일반 병원도 좋겠지요. 시간, 비용도 적게들고 .....
제 사위도 모 종합병원의 폐암, 식도암 전문 의사로 수술을 날밤까지 새며 고생하고 있는 처지에서 의사들을 비난하는건 물론 아닙니다.
며칠동안 집에를 들어오지 못할때도 많고 긴급한 응급환자라도 들어오면 한밤중에라도 병원으로 달려 간다고 합니다.
많은 의사분들은 오늘도 촌각을 다투며 위급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진료실, 수술실, 연구실등을 분주히 오가며 온갖 고생을 다 하시고 계신것도 잘 압니다. 또 의사분들의 이런 각고의 숭고한 노력으로 우리 환자들의 생명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제가 이런 장황한 얘기를 올린것은 총무님께서도 윗글에서 지적 하셨듯이 진료행위는 기계적인 만남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몇자 적어 본 것입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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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맨
2014.06.05 10:4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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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아빠
2016.11.22 04:0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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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형
2019.11.13 02:37
장문의 글이였지만 매우 가슴깊히 이해하며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