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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020년 6월 29일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힘들게 발의했어요. 법안 발의에는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의당 의원은 여섯 명 밖에 안되거든요. 다른 당 의원 네 명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이 네 명을 힘겹게 모아서 겨우 발의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은 예민한 주제입니다. 

앞서 여러 차례 차별금지법에 대한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과거 글들 입니다. 

제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2003년 경입니다. 당시 B형간염보유자들이 채용신체검사에서 탈락할 때 정부와 많은 토론회와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때 노동부의 입장은 단호했어요. 채용과정에 있는 사람은 노동법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에 이 내용을 포함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노동부가 내놓은 해결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었습니다. (당시 국회 공청회 전 회의내용 ) 결국 2006년 고용정책기본법에 상징적인 의미로 ‘병력에 의한 차별’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갔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채용시 건강진단’이 삭제되었습니다. 의무사항이었던 채용시 건강진단이 이제 없어졌어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지 하면 안된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차별금지법 초안도 2006년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회사를 규제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과거 모 대기업 창업자가 면접에 관상가가 심사를 하도록 했다는 것 처럼 그냥 생긴 것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뽑으면 됩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신체검사에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영향을 받은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 B형간염이었죠. 지금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데 법과 제도가 바뀌어어서가 아닙니다. 취업을 하는 20대에 B형간염보유자가 0.1~02%정도로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이슈가 되지 못합니다. 

제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가장 높은(?) 분과 회의한 것은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 이상득 의원(네. 이명박 의원의 형이자 전 국회의장이셨죠)과 함께였습니다. 한 열명이 모인 작은 회의였습니다. 신상진 전의원(전 대한의사협회장), 고경화 전의원도 함께 했었습니다. 과거에는 진보정당만 관심을 가진 법도 아닌데 발의자 10명을 겨우 채운 것은 답답한 일입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초안을 만듭니다. 제가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진 직후 B형간염에 대한 조사를 할 때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했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오는 병력(질병)으로 인한 차별 진정의 약 60%가 B형간염이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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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법제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안을 참고하여 정부안을 만듭니다. 그런데 여기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확장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차별의 ‘진정’을 받고 ‘조사’를 하고 ‘시정 권고’를 합니다. 권고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권고가 아니라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권고와 달리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을 때 3천 만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합니다. 차별행위가 악의적이라면 법원은  손해액의 3~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악의적’은 ‘고의성, 반복성, 보복성,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고려합니다. 1년이하 1천만원의 벌금형도 있는데 이건 사용자가 차별 진정이나 소송을 했다고 불이익을 주었을 때 내리는 벌입니다. (장혜영 의원 안을 기준으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안과 2007년 법제처 안의 차이는 차별의 사유입니다. 국가인권회안은 국가인권회법의 차별 사유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합리적 인 이유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이하 “성별 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차별”이라 한다)를 말한다.(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안)

법제처에서는 이중 세 가지를 뺍니다. '병력, 성적지향, 고용형태'. 이러면서 '대표적 차별금지사유를 명시하는 것으로 조정'한다는 이유를 댑니다. 마지막에 ''을 붙여 여기에서 명시하지 않은 것들도 포함한다는 이유를 대죠. 법제처 말이 더 포괄적일 수 있습니다. 인권위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만 한정하는 것도 맞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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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빠진 세 가지가 의미심장합니다. '성적지향'은 이후 십수년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병력'과 '고용형태'는 이후 차별금지법 논의 과정에서는 빠져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네. '병력'이 바로 B형간염으로 차별을 받을 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입니다.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관련 시민 단체들과의 회의 때 제가 강조했던 것은 ‘‘성적지향’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경영자총협회(경총)의 반발이 본격화 될 것이다. 그때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성적지향’은 신념이지만 ‘병력과 고용형태’는 돈 문제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이게 더 중요합니다. 

왜 ‘성적지향’은 중요하지 않고 ‘병력’과 ‘고용형태’ 그리고 ‘고용’에서의 차별이 중요한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2019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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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성적지향’은 9건으로 진정건수가 아주 작습니다. 가장 큰 것은 ‘장애(955건)’입니다. (성희롱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와 별개로 인권위가 조사와 구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에 대한 차별은 이미 별도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 2007년 논의 당시 ‘장애계’는 이렇게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되겠다 싶어서 ‘장애인차별’에만 적용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과 장애인차별은 관련이 없습니다. 

차별 영역 중에서는 ‘고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체 진정의 ⅓ 가까이가 ‘고용에서의 차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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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애’로 인한 차별 진정은 ‘고용’에는 적습니다. 64.6%(1,212건 중 783건)가 ‘재화 등 공급이나 이용에서의 차별’에 몰려있습니다. ‘고용’은 96건에 불과합니다. 
‘고용’에서 주로 차별받는 이유는 ‘사회적 신분’입니다. 전체 진정의 93.4%(363건 중 363건)가 ‘고용’에서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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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회적 신분’이 무엇일까요? 직접 인권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로 ‘비정규직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차별금지법은 ‘이행강제금’, ‘민사소송’,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제제를 합니다. 민사소송에서 손해액은 ‘재산상 손해’를 기준으로 하고 이것이 없을 때는 ‘차별 행위를 한 자가 그로 인하여 얻은 재산상 이익’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성소수자를 비난 ‘모욕’한다고 해서 재산상 손해나 이익을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민사소송이나 징벌적 손해액이 책정되기는 어려운 것이죠. 
반면 고용 차별은 손해액 산정이 간단합니다. 

성적지향을 문제삼는 것은 주로 개신교계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교회에서 설교로 동성애를 비판하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있다고 해서 남자만 신부가 될 수 있는 가톨릭에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를 한다고 이행강제금 부과, 손해배상이 내려질까요?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않는 다수의 개신교 교단은 어떻고요. 여성에게 히잡이나 부르카를 강제하는 이슬람교를 차별금지법으로 제한할 수 있을까요? 불교 승려가 두발 자유를 요구한다면 어떨까요? 이처럼 종교 내부의 일은 강제하지는 못합니다.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차별할 수 있습니다. 배나온 40대 아저씨가 나레이터 모델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차별금지법 위반은 아니에요. 성별, 외모는 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차별 차별금지사유이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까요. 단 합리적이라는 것은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승무원을 채용할 때 신장 제한을 하면 어떨까요. 항공기 승무원은 높은 선반에 짐을 실어야하기 때문에 일정 키 이상이나 팔을 뻗었을 때 일정 이상 닿아야 합니다. 단 그 길이에 대한 합리성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항공사들이 B형간염보유자를 승무원으로 뽑지 않으면서 내세운 이유는 추락, 불시착 등 항공사고에서 승무원이 구조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승객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지난 100년의 항공 역사상 B형간염보유자 승무원으로부터 승객이 감염된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종교가 차별금지법을 고민한다면 중요한 것은 성적지향이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직원, 민간기업의 직원을 채용하지 않거나 종교활동을 강요할 때 차별이라고 결정했습니다.(링크) 어떤 이슬람계 회사가 모든 여직원에게 히잡을 쓰게 한다면 개선을 요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종교는 관련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교회나 절에서 사무를 볼 사람을 채용할 때 ‘개신교 신자’, ‘불교 신자’로 제한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업무와 종교가 관련이 있으니까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종교가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될 겁니다. 그러나 그게 ‘성적지향’때문은 아닐 거에요.... 십수년째 진짜 중요한 논쟁은 안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용이 될 것입니다. B형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채용이 되지 않으면 차별이라고 판단될 것입니다. 또 B형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도 차별이라고 판단되어 시정 명령,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B형간염검사를 요구해도 차별이라고 책임을 묻고 검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고요. 

차별금지법은 B형간염보유자에게는 그 어떤 법보다 중요한 법입니다. 

추가 : 그러면 이 법이 만들어지면 대부분의 차별이 없어질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서 2008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다고 말씀드렸죠.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아 법무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단 두 건 뿐이고 (기사 링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를 물은 경우는 없습니다. 
또 악의적 차별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29명은 모두 폭행, 감금, 사기 등 다른 범죄로 함께 처벌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기사링크) 그럼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개선되었을을까요? 
게다가 이번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에서 ‘악의적 차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2~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을 뿐이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비하면 참 순한 법안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수용율은 90%가 넘습니다. 대부분의 차별은 잘 몰라서 벌어지고 시정을 권고하면 보통은 따릅니다. 시정명령과 손해배상으로 조금 더 강제하면 이 비율이 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지적하고 시정할 기회를 주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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