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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을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한 후 1년 뒤 간암 진단, 6개월 뒤 사망한 분의 보험 분쟁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 8월 16일 있었습니다. 결론은 ‘사기 계약이 아니다’입니다. 



- 경 과
사망자는 중국 교포로 2014년 5월 외국인 등록증 발급 건강검진에서 B형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5년 2월 암보험(보험료 49,667원)에 가입했습니다(모 손해보험사). 
2016년 2월 간암을 진단받았고(계약 후 1년을 며칠 넘었습니다) 2016년 8월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전까지 암진단금, 암입원금, 암수술금 등으로 1억8백9십만원을 수령하였고, 사망 후 암사망보험금 2억원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주장하며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 사실과 보험사의 주장
계약자인 사망자는 계약 전 알릴 중요 의무사항인 ‘최근 3개월, 1년,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한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고 ‘병원에서 진료받은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병원 근처에 간 적도 없다’고 적었습니다. 

보험사는 ‘(사망자와 동거인인 수익자가) 전염성 B형간염(활동성)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마치 건강한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암보험에 가입한 후 그 보험금을 지급받아 편취하기로 공모하였다’고 주장하며 사기, 사기미수로 고소하였습니다. 

- 결 과
판결은 피고가 무죄. 즉, 사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수익자인 동거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인(계약자, 피보험자)에 대한 간암발생이나 간암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1.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과 사기계약
보험계약시 중요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고지의무위반), 다른 하나는 사기계약.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은 ‘중요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중요한 사항’이란  ‘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가입금액 한도 제한, 일부 담보 제외, 보험료 할증과 같이 조건부로 인수하는 등 계약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말합니다. 계약할 때 문서로 질문한 것은 중요한 사항으로 인정되고 문서로 묻지 않아도 중요한 사항일 수 있습니다. 
생명 보험 표준 약관의 사기 계약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제15조(사기에 의한 계약)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대리진단, 약물사용을 수단으로 진단절차를 통과하거나 진단서 위․변조 또는 청약일 이전에 암 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의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하는 등의 뚜렷한 사기의사에 의하여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보장개시일부터 5년 이내(사기사실을 안 날부터는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대법원 2010도6910.

-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위 사건은 사기를 다투는 형사소송이었습니다. 판사는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하였죠.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은 이 재판에서 다룰 건은 아니었으나 판결문에 ‘피고인과 사망한 계약자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상법 제651조가 정하고 있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아마 해당 보험사는 고등법원에 항소하거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 할 것 같습니다. 

2. 암보험이 아니라 실손보험이었다면?
사망자는 암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암보험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할 때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 중 하나는 피고인이 ‘간암 발생이나 간암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손보험을 가입했다면 어떨까요?
실손보험의 보험사고는 진료도 포함됩니다. 진료만 받아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니까요. B형간염보유자는 누구나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니 대법원에서 사기 계약의 예로 든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물론 실제로 이럴 때 보험사가 사기 계약을 주장하는 일은 없다시피 합니다. 보험금이 작으면 보험사가 꼼꼼히 보지 않거든요. 위 사건은 보험사기로 고소까지 했지만 보험금을 1억 이상 지급한 뒤에 소송을 하였습니다. 

3. 일단 보험금을 받으면 문제가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사는 암진단금, 암수술금, 암입원금으로 1억8백9십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문제를 삼은 것은 암사망보험금 2억을 추가로 청구했을 때입니다. 
보험사는 모든 청구 건을 조사하지 않습니다. 청구액이 쌓이면 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에도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솔직히 계약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계약, 간암에서 1억이 넘게 지급되는 동안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보험금 지급심사가 잘 되는 회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4.건강검진은 고지할 필요가 없다?
보험계약할 때 ‘단순 건강검진’은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보험설계사들이 많습니다. 이런 내용이 들어간 이유는 ‘건강검진’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 병을 알고 있느냐, 아니냐는 것이죠. 고지의무위반이나 사기계약은 보험사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는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병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당사자는 비자발급을 위한 검진에서 문제가 되어 2차 검진을 받았습니다. 모른다고 할 수 없었죠. 

5.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
사기계약은 형사 사건입니다. 형사고소를 해서 수사를 받으면 계약자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습니다. 보험사보다 경찰이 조사를 더 잘하기도 합니다. 형사사건에서 유죄를 받으면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부당 수급한 보험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고 이후 민사소송에서 보험사가 유리해집니다.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분쟁은 민사 사건입니다. 개인과 개인의 금전적 분쟁이고 자료 조사를 보험사가 해야 합니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이처럼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른 절차다. 형사소송절차는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형벌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주된 관심이 있는 데 비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반면에 민사소송절차는 국가가 개인 상호간의 관계에 개입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위한 제도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 형사소송에서 검사 측의 손을 들어주려면, 즉 유죄판결을 받아내려면 피고인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검사가 증명을 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판사는 무죄판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서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려면 피고의 행위와 발생한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만 하면 충분하다.

위 사건은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습니다만 고지의무위반에 대해서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언급했습니다. 

6.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
비슷한 사건으로 보험금을 받은 사례를 보험전문 로펌에서 올린 것이 있습니다. 

“보험가입 5년 이전 암의 존재사실 미고지는 사기에 의한 계약이 아니다”

피보험자는 2001년 간암으로 진단 수술을 받고 1년에 1회씩 지속적인 추적 검사 중
2012년 보험가입을 함. 간암 치료력과 간경변 진단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음. 
2015년 간암 재발 이후 사망.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가 사기계약이라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
승소하여 보험금 수령. 

이 사건은 위 사건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생명보험사와의 계약, 위 사건은 손해보험사와의 계약입니다. 고지의무위반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관련 글). 이 사건은 계약 후 3년이 지나 보험사고가 벌어졌고 위 사건은 1년이 지난 후 입니다. 고지의무위반에서 3년(과거에는 2년)이 지났느냐, 안 지났느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결 론 
- 보험 계약할 때 중요한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 고지의무위반 또는 사기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 사기계약은 주장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종종 사용됩니다. 그러나 사기계약 증명은 어렵습니다. 법원이 사기계약이 아니라고 했다고 해서 고지의무위반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 1년 이내에 진료 받은 적이 없으면 B형간염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설계사들이 있습니다. 위 사건을 보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요즘은 이미 간암을 진단받지 않았다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도, 심지어 간경변 진단을 받았어도 가입 가능한 보험회사, 상품들이 있습니다. 대신 비싸거나 보장이 제한적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고지하지 않고 계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문의는 메일(liverkorea@gmail.com), 쪽지, 게시판, 전화(010-9095-4454) 등으로 연락주세요. 
- 이미 고지를 하지 않고 계약한 보험이 있고 설계사가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면 녹음, 이메일, 게시글 캡쳐 등으로 근거를 남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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