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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참여정부 말이었던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입법이 제안되었고 당시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법입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2010년 법무부는 다시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추진했는데요. 이 법의 통과가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은 포괄적인 인권법으로 이법이 제정되고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B형간염보유자들이 겪는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내용

차별금지법은 인권에 대한 일반법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인권에 대한 개별법들이 있습니다. 이 법들은 특정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포괄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은 없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습니다만 그 한계는 아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그 역할을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대상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지만 법에는 아래와 같이 예시하고 있습니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상황,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등’이라는 단서로 이 내용들만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규제하는 차별의 형태는 아래와 같습니다.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승급, 임금 및 임금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

법령과 정책의 집행에 있어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행정서비스)

괴롭힘

다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안하고 법무부에서 입법을 추진하였는데요. 법무부를 거치면서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 병력'의 7가지 차별 대상이 삭제되었습니다. 또한 차별의 형태에서 '괴롭힘'이 삭제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서 열거하지 않더라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만 "병력"이 삭제된 것은 간염보유자들로서는 아쉬운 점입니다. 신체조건 남아 있기 때문에 건강에 의한 차별이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부정적인 변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병력 등"이 제외된 이유는 경제계의 반대가 가장 컸다고 알려져 있으며 "성적 지향"은 보수 종교계 등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는 쪽의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의 차이점

포괄적인 인권법으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원위원회는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시정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만 피 진정기관에 시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인권침해가 확인된 기관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근거로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법원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강제력이 있는 것이죠. 


현재 법규정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

B형간염보유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고용과 교육기관에서의 차별이 있는데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현 민주당 의원)과 B형간염 고용차별을 위한 공청회와 2003-4년에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 의사협회 주관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현행 법체계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들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채용과정에 있는 사람은 근로자가 아닙니다. 때문에 노동관계법으로 보호 받지 못합니다. 

-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건강을 이유로 해고 되지 않습니다. 

- 입사 과정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서류에 대한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채용시건강검진이 없어졌지만 기업이 신체검사결과를 요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 근로자를 채용할 때 면접 등에서 회사의 주관적인 평가를 규제할 수 없습니다(과거 관상을 보고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건강진단 결과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막을 수 없습니다. 


입사할 때 B형간염검사를 못하도록 법을 만들자

- 직장신체검사와 관련된 법(산업안전보건법, 전염병예방법 등)에 특정한 검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 우리나라에 개별 질병에 대한 법은 딱 하나 있습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즉 에이즈에 대한 법뿐입니다. 이 법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만 이 법은 인권보다는 통제에 목적을 두었다는 비판을 에이즈환자나 HIV감염자의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B형간염에 대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올바른 문제해결 방법도 아닙니다. 고용상의 어려움을 겪고 부당한 차별을 받는 병은 B형안염뿐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건강진단을 하지 말자, 건강진단 결과를 회사에 통보하지 말자

- 직장인들이 1년 또는 2년 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일반건강검진”과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건강검진”입니다. 

- 건강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발견과 근로자의 건강관리입니다. 사업주는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건강에 이상이 있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업무 환경을 개선하거나 업무량을 조정하거나 업무 내용을 변경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질병이 있는 근로자가 업무를 통해 건강이 악화된다면 업무상 재해(산업재해)가 됩니다. 

-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근로자의 건강에 맞는 업무환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개인에게만 통보하고 필요에 따라 개인이 회사에 알리도록 한다면 불이익의 우려 때문에 회사에 알리지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구체적인 검사결과는 검진기관만 알고 있고 회사에는 조치사항만 통보하자

-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하는 방법입니다. 회사는 근로자의 자세한 건강검진 결과를 알 수 없고 전문가인 의사가 회사에서 해야할 내용만 통보합니다. 

- 그러나 근로자 건강관리 책임을 건강검진 기관에만 부여하면 보수적으로 판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가 될 만한 여지가 있다면 모두 근로에 제약을 둘 것입니다. 

- 근로자의 건강과 근로조건을 판단하는 ‘업무적합성평가’는 산업의학의 고유영역입니다.  산업의학전문의들은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임상의사들과는 다르게 질병을 바라봅니다. 임상의사들은 내 앞의 환자의 치료를 위해 낮은 가능성도 모두 고려해야하지만 수 만명의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다보면 확률적으로 질병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든 병의 가능성을 미리 알 수도 없고 제한을 엄격하게 하면 실제로는 일할 수 있는데 일을 못하게 되는 근로자의 수가 많아집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평소 산업의학과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씀 드리는 이유입니다. 

- 그러나 이 방법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의학전문의는 수가 작아 전체 사업장의 근로자 건강기록을 관리할 수 없습니다. 단기간에 산업의학전문의의 수를 늘릴 수도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

고용차별
차별금지법은 채용 전에 응모자에게 건강진단을 받게 하거나 건강진단 자료의 제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력 등을 이유로 모집, 채용, 임금, 교육, 배치, 승진, 해고 등에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용과정에서 벌어지는 차별 모두를 해 

학교에서의 차별
최근 문제가 된 간염보유자의 기숙사 입소를 제한하는 등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따돌림
만약 질병을 이유로 '따돌림'을 한다면 차별금지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민사상 배상을 요구하고 해당 기업이나 학교, 기관 등에 잘못이 있으면 징벌적 배상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모든 차별 행위를 규제하지는 못한다

지금도 근로자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들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건강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병이 있더라도 회사는 건강이 회복되면 복직시키는 조건으로 휴직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많습니다. 

기사 : 암 환자 절반 이상, 진단 후 직장 그만둬. 해럴드경제. 2006-8-17.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건강진단결과를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은 학생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학생의 건강기록의 공개를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법에서 금하는 내용들이 모두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 중에는 실제로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고 이들 법을 위반해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다른 법과 달리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만 얻을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는 이런 경구가 있습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직장신체검사에서 간염검사를 할까 걱정되어 미리 회사를 그만두는 분이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하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역시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를 도와주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들을 도와주는 여러 민간기관들도 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입니다. 


그러나 다른 환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럼 다른 환자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심이 있을까요? 아닙니다. 

B형간염이 유독 고용에서 차별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B형간염보유자 보다 고혈압, 당뇨병환자를 더 꺼립니다. 그러나 이들 병은 고용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취업을 하는 젊은 나이의 유병률이 낮고 치료를 받으면 검사에서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관상 뚜렷하게 확인되는 장애인들도 차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채용하는 쪽에서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했을 때 반박이 어렵습니다. 

질병이나 장애 때문에 노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차별이라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다르게 대우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까요. 

B형간염은 외관상 드러나지 않지만 검사에서는 쉽게 드러나고 나이에 따른 유병률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간염보유자나 환자라고 해서 노동력의 차이도 없습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들은 고용이나 교육 등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병의 치료와 경제적 지원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장애인단체들은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환자단체를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집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인 사람들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들은 성소수자들입니다. 

동성애, 성전환증 단체들을 중심으로 죽어가는 차별금지법을 살려야겠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들은 공공연한 차별을 받고 있고 현재로서는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2010년 10월 몇몇 일간지에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광고가 실렸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몇몇 단체들이 실은 기사였습니다. 이 광고는 여러 사실을 왜곡했는데요. 동성애에 대한 드라마를 본다고 동성애자가 되지 않으며, 남자동성애와 AIDS는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광고를 실은 사람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이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예를 들어 B형간염보유자와 함께 일하면 B형간염이 전파된다는 광고가 실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 : ‘동성애 반대’ 광고 진짜 목표는 ‘차별금지법’ 저지? 한겨레신문. 2010-10-29.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

지금으로서는 동성애반대단체들과 보수개신교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직원의 채용과 인사이동에 직접 제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업내에서 비조직적으로 일어나는 차별들도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기업의 반대 목소리는 없습니다만 실제 법안이 구체화 된다면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할 것입니다. 



결 론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 행위를 없애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B형간염보유자가 겪는 문제의 상당부분은 이 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채용과정에서 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채용이 되지 않은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고 그렇다면 구제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또 B형간염보유자라는 이유로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채용을 거부할 수 없는데요. 이런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직종이 있을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내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차별금지법에 관심을 갖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면 됩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링크 : 간염보유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온 정치인들 2007.12.18.

첨부 :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안  - 차별금지법안(최종)(2007-11-30).hwp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 -  인권위권고법안.pdf

링크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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