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관련사회적문제 간질환 관련 사회적 문제 - 이영석.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소화기 내과.
2007.12.28 00:33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소화기내과
이 영 석
서 론
우리나라 간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간염바이러스의 실체가 뚜렷이 규명되지 않았던 지난날
간염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강조되어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미 전염된 환자들은 효과적인 치료방안도 제동되지 않은 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의료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무관심과 안이함으로
간질환 환자들은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통받아 왔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이나 사이비 의료에 현혹되어 방황하며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학선진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21세기에 접어들어 이제 우리는 간질환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해결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질환으로서의 간질환
우리나라는 간질환 환자들이 매우 많고 이로 인한 사망률 역시 매우 높은 실정이다. 사회에서
한창 활동할 나이인 30대에서 50대까지 간암을 제외한 만성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전체 사망률의 2위 -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간질환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대두되고 있다.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들이 현격히 증가되고 있고, 또한 바이러스성 간염은 전염성 질환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질환은 개인의 질병보다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개념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사회 각 분야에서의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전염병예방법의 개정
전염병예방법이 2000년10월 개정되기 이전까지 만성 B형간염은 제3종 법정전염병으로
규정됨에 따라 환자 뿐 아니라 바이러스 보유자들의 사회활동이 제한되었다. 1983년 개정된 동법 제30조에서 전염병환자는 업무의 성질상 공중과
접촉이 많은 직업에 종사할 수 없다고 명시됨에 따라 공무원채용 신체검사기준,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영양법 등에서 취업제한의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전염병예방법은 2000년 10월 개정되어 만성 B형간염은 제2군 전염병으로, A형간염과 C형간염은 지정전염병으로
분류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전염병환자, 의사환자 및 병원체 보유자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며,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는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제2군 전염병이란
예방접종을 통하여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전염성 질환을 뜻하고 있는 바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에게 B형간염 예방주사 접종이
요구되고 있다.
군 입 대
간질환에 관련된 군신체검사 해석기준에 의하면 지방간은 2급, 무증상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3급으로 모두 현역에 징집되며, 간경변증은 5급으로 제2국민역(민방위 실시)에 편성된다.
조직검사상 만성 B형간염이 확인된
경우에는 그 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조직검사의 판독은 대한병리학회에서 주창한 "만성간염의 등급체계"가 공식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간염활성지수(Histologic activity index)가 최소(minimal), 경도(mild)인 경우와 섬유화지수가 1인 경우에는
4급으로 보충역(상근예비역)에 편성되며, 간염활성지수가 중등도(moderate), 고도(severe)인 화 섬유화지수 2는 5급으로
제2국민역(민방위 실시)에 편성된다. 조직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만성 B형 또는 C형간염의 경우에는 6개월 이상의 기간동안 AST 또는 ALT가
최소 3회 이상 100U/L 이상으로 병무청 기록에서 확인되면 5급, 100U/L 미만이면 4급으로 판정되고 있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치료시작전의 병원기록으로 판정이 가능하며 6개월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에는 4급으로 판정되고 있다. 조직검사의
판독과정에서 대한병리학회에서 주창한 "만성간염의 등급체계"가 모든 기관에서 이용되지 않고 있어 충분한 홍보와 협조가 요구되고
있다.
조직검사상에서 간염활성지수가 일반인에게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정도를 나타내는 활성도(HBeAg, HBV DNA 등)와
혼동되고 있어 용어정리가 필요한 상태이다. 무증상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간염활성지수 0(zero)인 만성간염에 해당되나 서로 다른 상태로
혼동되고 있다. 또한 병사용 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군신체검사 해석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조치내용(현역불가 등)을 기입함으로써 혼란과
민원이 야기되고 있다. 판정의 정확성을 도모하고 근거자료를 오랫동안 비치하기 위하여 간질환에 관련된 각종 검사결과를 병사용 진단서에 직접 추가
기입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취 업
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됨에 따라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나 간질환 환자들의 취업의 문호가 넓어졌다.
공무원채용 신체검사규정 제4조가 2000년 10월 5일 개정되어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에 대하여 전염성을 이유로 불합격판정을 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만성간염의 경우에도 전염성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전문의가 검사대상자의 간기능 등 건강상태가 공무원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한
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격, 불합격을 종합적으로 판정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서 취업의 문호가 넓어지고
있으나 벌칙조항이 없어 모든 기관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취업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기업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아 문제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영양사, 조리사, 이용사, 미용사 등의 취업은 가능해졌으나 식품위생법,
공중위생법은 그대로 존속하고 있어 합리적인 관련법 개정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채용신체검사에서 B형간염 이외의 다른 전염성질환(예: C형간염)은
검사항목에 없는 관계로 B형간염 환자만이 취업의 불이익을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직장생활 및 사회생활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은 음식이나 공기를 통하여 전염되지 않고 일상적인 접촉이나 사회생활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환자들은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간염을
전염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과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공동생활을 하는 동안 혈액이나 각종 분비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하며 면도기나 칫솔
등은 항상 일회용이나 개인용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증상이 없고, 간기능 검사결과 정상소견이 나타난다고 해도 간염은 언제든지 악화될 수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이 내과적 진찰을 통하여 자신의 간질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존의 간질환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음주를
삼가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약제나 건강식품, 녹즙 등 사이비 의료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발생될 수
있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의 간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이론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직장생활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는 소송이 남발됨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기업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취업의 문호는 상대적으로 더욱 좁아지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결혼생활, 성생활 및 임신
B형 및 C형간염 바이러스는 성행위를 통하여 전염됨에 따라 일종의 성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성행위를 통한 B형간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HIV)나 C형간염 바이러스보다 훨씬 높은 거긍로 알려져 있다. 정액이나 질분비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나 주로 점막이나 피부의 상처를 통하여 감염되고 있다.
동성연애나 비정상적인 성행위, 문란한 성행위는 B형간염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에 있다.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 감염력이 훨씬 떨어지고 있으나 완전히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건전한 성생활이
요구되고 있다. 간경변증 때에는 성욕이 감퇴되고 임포텐스가 나타나나 만성간염 때에는 이러한 현상이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음을 하는 경우에는 성욕이 뚜렸하게 감퇴되고 있다. 만성 B형간염 환자인 경우에도 정상임신이 가능하며 기형아의 발생빈도가 증가된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출산과정에서 아기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출산 후 24시간 이내에 수동면역과 능동면역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모유를 수유한다고 해서 아기에게 간염바이러스 감염률이 더 증가된다는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예방주사를 접종한 후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육체적 안정과 활동량
급성간염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흔히 안정가료가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간염의 경과과정에서
육체적 안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환자자신이 간염의 증상을 심하게 느끼고 간기능의
이상소견이 심한 경우에는 안정가료가 요구되고 있으나 증상과 간기능이 호전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조기에 사회에 복귀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
회복기에 있는 급성간염의 경우 ALT가 300U/L 이하 bilirubin이 50 mol/L 이하인 경우에는 육체적 활동량이
증가되어도 잘 견뎌내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있다. 만성간염환자들은 흔히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허약함과 함께 피로를 느낌으로 인하여 스스로 육체적 활동량을 줄이고 자신이 좋아하던 스포츠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육체적
활동량을 감소시킨다고 해서 만성간염의 경과가 호전된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하게 장기간 육체적 활동량을 감소시킴에
따라 오히려 피로감을 더욱 느끼게 되며, disuse atrophy로 인하여 골다공증과 근육의 위축이 나타나고 심부정맥의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간경변증의 경우에도 간기능을 충분히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경부나 산책, 수영,
에어로빅과 같은 육체적 활동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합병증이 더욱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과격한 운동으로
인하여 식도정맥의 압력이 증가되고 있으나 이때에는 식도내압도 함께 증가하므로 식도정맥류출혈 위험성이 더욱 증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식섭취 및 음주
간질환 환자라고 해서 특별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또는 가릴 필요가 없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야 한다. 간기능이 악화된 시기에 고단백-저지방 음식이 권장되고 있으나 음식 맛으로 인해 식욕을 돋구지 못하고 간질환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간질환 환자들은 특히 여름철에 생선회나 해산물을 날것으로 섭취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정상인과 달리 Vibrio vulnificus 감염률이 높고 이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기 때문이다. 간질환 환자들은 절대적으로 음주를 삼가야
한다. 알코올리즘,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들은 절대적으로 금주를 해야하며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도 절주를 해야한다.
결 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간질환의 전염성 측면을 강조하여 대대적인 예방사업이 전개되었고 관련법규가
제정되었다. 전염성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일부는 과장된 상태로 캠페인이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권익을 간과되었다. 전염성 간염 뿐 아니라 알코올성 간질환, 약제에 의한 간염, 독성간염도 우리나라에 매우 많은 상태로서 점차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간질환은 실로 건강사회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당면과제로서 사회 각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사회적
과제이다.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메디칼 업저버 2001년 11월 5일 자(제43호) 27면에 실린 것으로 저자이신
카톨릭의대 이영석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옮깁니다. 원래의 글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글을 옮긴이의 잘못임을 밝힙니다.
처음 올린 날: 200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