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얼마 전부터 복부통증을 참을 수 없어 찾은 병원에서 말기 간암이라는 청천병력 같은 통보를 받은 50세 가장 B씨. 더욱이 암세포가 이미 폐까지 전이돼 다른 항암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야 5~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B씨에게 닥친 막막한 현실이다.
경기 불황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 해고된 B씨로서는 현재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더 걱정이다. 치료를 포기하고 싶지만,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졸업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폐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이자, 발생률 3위의 흔하지만 심각한 암이다. 특히 암 성장과 침윤이 빠르고, 간경변을 동반해 암 치료에 장애가 되는 예후가 나쁜 질환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간암환자의 평균 1년 생존율은 50%를 넘지 않으며, 암의 병기가 진행되고 간 기능이 나쁠수록 더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간암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고, 재발률이 높다는 것
간암은 항암 치료시 입원 기간이 긴 암종이기 때문에 치료비용 부담은 다른 암종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입원 기간은 간암의 치료 비용이 다른 암종의 치료 비용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방사선 치료비, 항암 치료를 포함한 간암 치료비는 6개월에 무려 4414만원에 이른다.
과거 30년 이상 진행된 연구에서 어떠한 전신 치료약물도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생존 이점을 증명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3월 세계 최초의 경구용 간암 치료제가 국내에 선보이면서 말기 간암환자에게 전신적 항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간암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면 약제 투여로 인한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입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암의 생존율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비용 효과적인 약제로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말기 간암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림의 떡과 같은 얘기다.
새로운 치료제는 보험 급여가 제한돼 있어 약제비 100%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며, 이 때문에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은 실정이다.
질환별 보험혜택의 형평성에 문제 있어
암 환자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존 암 환자의 본인 부담 금액이 10%에서 5%로 경감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책 또한 이미 보험으로 인정받은 기존의 암 치료제를 투여받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약제비의 100%를 부담해야 하는 말기 간암환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여기서 ‘질환에 따른 보험 혜택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폐암이나 대장암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보험 급여기준을 살펴보면, 2군 항암제로 분류된 gefitinib, erlotinib, capecitabine, irinotecan 등이 투여될 때 급여 혜택이 가능하다. 위암을 포함한 일부 고형암의 경우에는 표준 치료 요법으로서 비교적 다양한 옵션이 있다. 또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세부사항 제5조 요양급여 대상 선별기준 2항에 의하면, “대체 가능한 치료방법이 없거나 질병의 위중도가 심각한 경우 등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험 급여를 인정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측면을 명시하고 있다.
대체 가능한 치료방법이 없고 질병의 위중도가 심각한 말기 간암환자의 경우에는 경구용 간암 치료제가 유일하게 임상적 유용성이 증명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간암전문클리닉 한광협 교수는 “간암의 경우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 선택제가 없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의 혜택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이는 말기 간암환자가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 질환 환우들의 모임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회장은 “생명 연장 효과와 비용 효과성이 입증된 새로운 간암 치료제들이 많이 소개되어 말기 간암환자들의 생명 연장에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와 같이 말기 간암환자들은 살아갈 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마저 박탈한다는 것은 말기 간암환자의 생명을 두 번 빼앗는 거나 다름없다.
타 질환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말기 간암환자들 역시 삶의 연장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성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
[건강]6개월 치료비가 무려 4,414만원…말기간암 ‘껍데기 보험’
2009.03.05 09:05
- [건강]6개월 치료비가 무려 4,414만원…말기간암 ‘껍데기 보험’
-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ㅣ경향신문
얼마 전부터 복부통증을 참을 수 없어 찾은 병원에서 말기 간암이라는 청천병력 같은 통보를 받은 50세 가장 B씨. 더욱이 암세포가 이미 폐까지 전이돼 다른 항암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야 5~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B씨에게 닥친 막막한 현실이다.
경기 불황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 해고된 B씨로서는 현재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더 걱정이다. 치료를 포기하고 싶지만,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졸업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폐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이자, 발생률 3위의 흔하지만 심각한 암이다. 특히 암 성장과 침윤이 빠르고, 간경변을 동반해 암 치료에 장애가 되는 예후가 나쁜 질환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간암환자의 평균 1년 생존율은 50%를 넘지 않으며, 암의 병기가 진행되고 간 기능이 나쁠수록 더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간암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고, 재발률이 높다는 것
간암은 항암 치료시 입원 기간이 긴 암종이기 때문에 치료비용 부담은 다른 암종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입원 기간은 간암의 치료 비용이 다른 암종의 치료 비용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방사선 치료비, 항암 치료를 포함한 간암 치료비는 6개월에 무려 4414만원에 이른다.
과거 30년 이상 진행된 연구에서 어떠한 전신 치료약물도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생존 이점을 증명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3월 세계 최초의 경구용 간암 치료제가 국내에 선보이면서 말기 간암환자에게 전신적 항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간암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면 약제 투여로 인한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입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암의 생존율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비용 효과적인 약제로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말기 간암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림의 떡과 같은 얘기다.
새로운 치료제는 보험 급여가 제한돼 있어 약제비 100%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며, 이 때문에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은 실정이다.
질환별 보험혜택의 형평성에 문제 있어
암 환자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존 암 환자의 본인 부담 금액이 10%에서 5%로 경감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책 또한 이미 보험으로 인정받은 기존의 암 치료제를 투여받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약제비의 100%를 부담해야 하는 말기 간암환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여기서 ‘질환에 따른 보험 혜택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폐암이나 대장암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보험 급여기준을 살펴보면, 2군 항암제로 분류된 gefitinib, erlotinib, capecitabine, irinotecan 등이 투여될 때 급여 혜택이 가능하다. 위암을 포함한 일부 고형암의 경우에는 표준 치료 요법으로서 비교적 다양한 옵션이 있다. 또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세부사항 제5조 요양급여 대상 선별기준 2항에 의하면, “대체 가능한 치료방법이 없거나 질병의 위중도가 심각한 경우 등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험 급여를 인정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측면을 명시하고 있다.
대체 가능한 치료방법이 없고 질병의 위중도가 심각한 말기 간암환자의 경우에는 경구용 간암 치료제가 유일하게 임상적 유용성이 증명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간암전문클리닉 한광협 교수는 “간암의 경우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 선택제가 없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의 혜택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이는 말기 간암환자가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 질환 환우들의 모임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회장은 “생명 연장 효과와 비용 효과성이 입증된 새로운 간암 치료제들이 많이 소개되어 말기 간암환자들의 생명 연장에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와 같이 말기 간암환자들은 살아갈 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마저 박탈한다는 것은 말기 간암환자의 생명을 두 번 빼앗는 거나 다름없다.
타 질환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말기 간암환자들 역시 삶의 연장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성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