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소재 다나의원을 시작으로 병·의원의 C형간염 집단 감염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서울대병원공중보건의료사업단과 대한의사협회는 ‘C형간염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어 C형간염 집단의 현황과 원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요 C형간염 집단 발생 사고
– 서울 다나의원(2015년 10월)
–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2015년 11월)
– 서울 서울현대의원(2016년 8월)
– 충주 건국대충주병원(2016년 9월)
C형간염, 정맥주사 등으로 혈액 통해 감염
C형간염은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체의 면역반응이 일어나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B형간염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만성간염으로 간경변증·간암 등 다양한 간질환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1억7000만 명)가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대한간학회 김인희 전산정보이사(전북대 의대 내과 교수)는 “국내 C형간염 유병률은 1% 미만으로 추정한다”며 “하지만 유병률은 고령일수록 높아져 60대의 경우 유병률이 전체 유병률의 2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정맥주사 약물남용, 주사침, 수혈 이력, 문신 등이 C형간염의 유발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감염자의 75~85%에서는 만성화되고, 10~2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김인희 교수는 “C형간염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며 “C형간염치료제의 치료 효과는 90% 정도로 높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C형간염 환자 10명 중 7명, 자신이 보균자인 것 몰라
C형간염은 증상이 없거나 특별하지 않아 환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형간염은 대부분이 무증상이다. 보통 증상이 생기는 경우 50~150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몸살이나 황달,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이 생긴다. 증상이 특별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이 병을 방치해 수십 년이 지나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된 후 발견하게 된다.
C형간염에 대한 낮은 인식도 C형간염의 조기 발견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바이러스 보균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해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간염 관련 인식 및 예방접종 검사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만이 검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헌혈이나 수술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C형간염 감염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 백신 없어, 환자·의사·정부 예방 위한 노력 기울여야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고, 바이러스 특성상 한 번 감염이 돼도 체내에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반복 감염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방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개인은 C형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되도록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 혈액 오염이 가능한 기구를 타인과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고, 문신이나 피어싱 등 침이나 바늘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제대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도 C형간염 집단 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 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C형간염 집단 발생 예방 수 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6일 효과적인 C형간염 대처를 위한 'C형간염 예방 및 관 리대책'을 발표했다. C형간염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확산 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C형간 염 관리체계를 '전수감시 감염병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 혔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생애전환기 검진에 C형간염 검 사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서창석 병원장은 "C형간염은 누구나 노출될 수 있어 향후 국가적 으로 관련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 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C형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근본적 으로 체계적인 역학조사 체계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감시체계 시행을 위해 C형간염 주관 책임기관을 명확히 하는 등 각 기관과 전문가의 협 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관리 체계 구축필수
하지만 현재 마련된 대책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 리도 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이번에 연이 어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은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생 각하면 본질적으로 수천명 이상이 건강상 피해를 입어 집 단적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다를 바 없다"며 "두 사건 모두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거나, 예측 가능했음에도 경제적 이 유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등 이를 무시했으며, 관련 당 국은 안전 관리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C형간염 집단사고 이후, 지난 2월 보건 당국에서 발표한 '일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의심기관에 대 한 신고 및 현지조사 등 종합 관리방안'에 대해 "이전까지 보건 당국의 대응에서 문제 제기가 많던 정보 공개와 관련해 감염 의심 단계에서의 조치 수단으로 가능성이 상당 한 수준에서 병원명 공개 등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환 자에게 정보 공개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데에 적극 동의한 다"며 "정보 공개나 공유는 환자나 의료소비자 뿐 아니라 의료기관 및 의료인 단체와 감염병의 발생 감시·예방을 위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여 해당 의료기관을 경유한 환자 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 다. 다만 강 회장은 의료인의 자체적인 감염관리 자율규제 활성화는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자율적인 규제방안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는 지 일정기간 검토해서 실패할 경우 좀더 강제적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