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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충북 청주에서 19세 여성이 한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간이식까지 받았으나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몇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얼마 전 이 판결의 판결문을 보게 되었고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내용을 보다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2009년 1월 2일~6일 피해자는 접촉성 피부염과 오른손 중지와 약지에 붓기가 생기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의증)으로 충북대학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완쾌되지 않아 2009년 1월 14일 한양대병원에 진료를 예약한 상태였습니다. 
2009년 1월 9일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고인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한의사는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양방치료 및 약 중단을 중단할 것’과 ‘1년간 한약을 복용시켜 피해자의 체질을 개선하여 완치시킬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2009년 1월 9일~3월 9일 피해자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않고 한의사가 조제한 한약을 계속 복용하였습니다. 
2009년 3월 2일~3일 경 피해자에게 황달, 두통, 고열이 나타났습니다. 한의사는 이것이 '변비로 인한 독성'이라고 진단하고 피해자의 어머니와 가족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지 문의함에도 검사기구를 갖춘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게 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 3월 9일까지 한의사는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고 침과 뜸을 시술하였고 9일에는 피해자가 한기를 느낀다는 이유로 온열 치료를 하였습니다. 
2009년 3월 9일 오후3시30분 경 간성혼수가 나타나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충북대병원에서간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2009년 3월 10일 새벽 2시 경 삼성서울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이날 바로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간을 공여 받아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2009년 7월 2일 전격 간 기능 상실에 의한 패혈증, 이식편대 숙주반응 등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 

한의사들은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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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터는 2005년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에서 각 한의원에 부착한 것입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부작용이 없어 임산부도 부담없이 빠른 치료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부작용은 한자로 '作用'이라고 씁니다. '作用'이 아닙니다. 부작용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지 나쁜 결과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유익한 결과가 어떤 사람에게는 부작용일 수 있고 어떤 약에서는 부작용이 효능, 효과가 되기도 합니다. 부작용이 효능, 효과가 된 대표적인 약으로 지혈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혈전용해제로 쓰이게 된 아스피린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발기가 잘 되는 부작용 나타나 오히려 발기부전 치료제로 출시된 비아그라를 들 수 있습니다. 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발모 부작용이 발견되어 탈모치료제로도 쓰이는 피나스트리드(프로페시아, 프로스카)도 있습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식품은 부작용이 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사람 누구나 먹는 ‘밥’은 과량 복용하면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대사증후군, 그러니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이로 인한 많은 합병증의 가장 큰 원인인 비만을 일으킵니다. 치명적인 부작용이죠.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소금'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또 복수가 있는 간경변증 환자는 무염식 또는 저염식을 해야 합니다.  
'물'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물을 많이 먹어서 전해질 불균형으로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관련 글 : 마라톤 시합 중에 물을 많이 먹어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호흡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호흡을 너무 많이 해서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TV같은 곳에서 보신적이 있으시겠지만 봉투를 코와 입에 씌워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많은 공기를 흡입하면 증상이 해결됩니다. 


부작용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량 쓰는 것입니다. 맹독성 물질이라고 해도 일정한 양 이상이어야 몸에 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소량을 쓰면 효과도 없습니다(하루에 밥을 한 공기만 먹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작용이 없다는 말은 효과가 없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약을 쓰겠다? 

많은 한의사들이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약을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은 약제의 종류, 복용 방법, 복용 기간, 개인의 건강상태, 심지어는 같은 사람도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A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B에게도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난달 A에게 문제가 되었다고 이번 달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닙니다. 그래서 약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찾아내고 시판된 이후에도 이 과정을 계속합니다. 부작용 신고를 받는 공식적인 절차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1992년에 한의사 면허를 받은 50대 후반의 한의사였습니다. 같은 처방을 이미 수 없이 처방했지만 문제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한의사는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고 피해보상과 일체의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속이는 것이냐, 그렇게 믿는 것이냐

사람들은 이런 한의사들이 도덕적이지 못하고 이윤에 눈이 멀어 환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한약은 부작용이 없고 간에 해가 되는 약제를 피하면 간독성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한의사의 변호사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하라고 조언했을 것입니다. 이 한의사가 피해보상과 사과를 거부한 이유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한약에 의한 간독성은 극히 일부의 일이거나 한의사가 처방, 조제하지 않은 한약재에 의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독성간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7개월 동안 전국 17개 대학병원에서 314례의 독성 간손상 증례를 수집하였으며 그 원인을 추적했습니다. 이 연구에는 7명의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이중 2명은 한의대 교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독성간염의 원인은 한약(한의사 판매)이 82례로 가장 많았고, 상용의약품(의사판매)가 66례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기타가공식품이 47례, 민간요법이 29례, 2가지 이상 복합 요인이 26례, 생약이 24례, 의약품(약사판매)이 22례, 한약(한약사 판매)이 10례, 기타가 8례였습니다. 
흔히 한약이 문제되는 것은 한의사 처방이 아닌 민간에서 구입하는 것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이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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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의사 처방 한약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대한한의사협회의 홍보 포스터(2006년) 출처링크

 
의사 처방 약도 비중이 높았습니다만 전체 처방 빈도가 한의사의 처방보다 훨씬 많고, 한약보다 중증질환에서 처방되는 비율도 더 높은 것을 고려하면 한의사 처방 한약이 독보적으로 큰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약에 의한 간독성이 한약 자체의 문제인지 다른 원인(약재의 오염이나 오남용 등)때문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이것은 한의학계에서 밝혀야 합니다. 지금처럼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응급 간기능 부전으로 이식을 받는 이유

성인이 급성 간 기능 상실로 간이식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B형간염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만 그 다음 원인은 Herb(19%) 즉, 한약이나 민간요법으로 쓰는 약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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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10년 '간의 날' 한림대학교 김동준 교수님 발표 슬라이드 중에서


이중에는 '아세트아미노펜(3%)'도 있는데요. 최근 일반약 슈퍼마켓 판매를 하려고 할 때 약사들이 반대한 이유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게보린, 펜잘 등 해열, 진통제의 주성분)에 의한 간독성이 우려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세트아미노펜을 약국에서 구입할 때 별다른 제한이 없습니다. 약사에 의해 오남용이 통제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아세트아미노펜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아세트아미노펜보다 6배 이상 더 문제가 되는 한약과 생약, 민간요법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타이레놀의 위험성을 지적한 원희목 의원 - 前 약사회장 - 은 본인이 간이식을 받았습니다). 



<결 론>
 
1. 한약은 결코 부작용이 없지 않습니다.
2. 한약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독성간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3. 한약 사용 중 간독성은 잘 모니터 되어야 하며 
4.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5. 약과 마찬가지로 한약도 부작용 신고 절차가 확립되어야 합니다(정부는 약물감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약은 신고 대상이 아닙니다). 
6. 처방전으로 환자가 먹은 약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약도 조제내역서가 발급되어야 합니다(이미 대만과 중국은 한약의 조제내역서가 발급됩니다). 
6. 만성 간질환 환자가 한약을 쓰는 것은 더욱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2006년 식품의약품의 용역으로 연구된 "독성 간손상의 진단 및 보고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공동연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회에서 한 장짜리 초록만 발표되었을 뿐입니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은 국민의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 결과를 왜 발표하지 않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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