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보유자가 겪는 사회적 문제


2010년 4월 1일 금융감독원의 생명보험, 손해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었습니다. 2003년 이후 첫 개정입니다. 

개정 내용 모두를 정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듯 하고 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계약전 알릴 의무 위반(고지의무위반)'과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중 오늘은 첫번째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내용이 보험급 지급사유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이 복잡한데요.
내가 특정 질병이 있다는 것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고 계약했는데 그후 질병이나 상해를 입었을 때 
그것이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특정 질병의 영향이 있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다르다는 것입니다(이것도 복잡하네요 -_-).

민영보험은 계약 전에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내용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이것을 알리지 않으면 보장을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리지 않은 내용이 보험금 지급사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질(치핵)로 병원을 다녔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치질(치핵)에 대한 보장은 받으실 수 없지만 급성맹장염(충수돌기염)으로 수술 받는 것은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의 관련 내용은 이번에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강제는 제가 했습니다)
제22조(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⑤제21조(계약전 알릴의무)의 계약전 알릴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1항에 불구하고 계약의 해지 또는 보장을 제한하기 이전까지 발생한 해당보험금을 지급하여 드립니다.
* 제1항이란 : 회사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제21조(계약전 알릴의무)에도 불구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에는 회사가 별도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중 한가지의 경우에 해당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손해보험의 질병.손해보험 표준약관은 관련내용이 개정되었습니다. (강조는 제가 했습니다)

개정 전
제26조(알릴의무 위반의 효과)
⑥손해가 제1항에 해당되는 사실로 생긴 것이 아닌 것으로 증명된 때에는 제4항 및 제5항에 관계없이 보상하여 드립니다.

개정 후
제24조(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⑥제1항에도 불구하고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을 계약자, 피보험자(보험대상자) 또는 보험수익자(보험금을 받는 자)가 증명한 경우에는 제4항 및 제5항에 관계없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여 드립니다.
* '제1항'이란 : 회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보이시나요?
생명보험은 입증 책임이 보험회사에 있지만
손해보험은 입증 책임이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에 있습니다.


그리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의료사고분쟁조정을 위한 법률이 계류되어 있습니다(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 20년이 넘게 논의되고 있는 이 법안의 가장 큰 쟁점은 의료과실의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 두느냐, 환자에게 두느냐입니다.

당연히 의사단체는 문제를 제기하는 환자가 의료과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민단체 쪽에서는 환자는 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과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2007년 무려 7년간 끌어오던 '담배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판결이었는데요. 그 이유를 판결문은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폐암과 같은 비특이성 질환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어서,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고, 비흡연자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만으로는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인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출처
(소송의 성격에 따라 입증 책임이나 어디까지 입증해야하는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물 책임은 입증 책임이 완화된다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해도 특정 개인이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실재로 알릴의무 위반 분쟁, 소송의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영향이 있다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분쟁이나 소송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고 계약 한 후 뇌혈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을 때는 인과관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분쟁이나 소송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추간판수핵탈출증(디스크)로 치료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을 때 기존의 디스크가 하반신 마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결과는 사례에 따라 달라지고 보통은 기왕증만큼을 공제하고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간질환과 관련된 예를 들어보면....

지난 주 회원 한 분이 저에게 문의한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B형간염보유자가 B형간염보유자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민영보험을 계약했습니다.
급성 A형간염으로 입원한 후 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 있을까요? 또는 사망이나 간이식 후 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 있을까요?

보험사에서는 B형간염이라는 기존 질병때문에 A형간염의 입원 기간이 늘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B형간염보유자가 아니라면 입원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거나 입원기간이 더 짧았을 것이라는 것이죠. 사망이나 간이식 사례라면 B형간염보유자가 아니었다면 사망이나 간이식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계약이라면 이 내용을 보험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손해보험계약이라면 이 내용을 계약자 쪽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자가 증명할 수 있을까요??

보험금이 수천만원이라면 변호사를 수임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십만원 정도의 보험금 지급건에서 계약자가 기존 병의 영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에 대한 표준 약관의 내용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이미 전에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 글 - 고지의무위반과 사기계약,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 편의상 '계약 전 알릴의무'라고 하였습니다만 손해보험은 '계약 후 알릴의무'도 있습니다. 생명보험은 '계약 후 알릴의무'가 없습니다.
손해보험은 '계약 전 알릴의무' 뿐 아니라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에도 이 내용이 적용됩니다.

※ 금융감독원의 실손보험표준약관은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손해보험용)의 개전 전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실손보험과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손해보험용)의 내용이 다를 이유가 없기때문에 개정시 누락된 것 같습니다. 실손보험의 알릴의무 위반에 대한 분쟁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표준약관의 개정은 지난 2003년이후 처음입니다. 개정 이유 중에는 기존 약관에서 불명확했던 점이나 판결로 확정된 내용 등을 반영하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이번 표준약관 개정 전의 계약도 지금까지의 재판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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