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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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3~7% 감염… 내성 생긴 환자 늘어

B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 40주년… 한국의 현주소는?
내성 낮추는 신약, 비싸고 건강보험 1년만 적용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07.10.23 00:32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7년. 전 세계를 돌며 ‘황달 병’ 환자의 혈액을 모아 연구하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바루크 블럼버그(Baruch S. Blumberg) 박사는 이들의 혈액에서 공통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는 이 사실을 5~12월 미국 내과학회지와 네이처지 등에 4차례 잇따라 발표했다. 지구 촌에서 매년 50만 명을 사망케 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세계 최초로 규명된 것이다. 22나노미터(nm·1m의 10억 분의 1) 크기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을 통해 인류 의학사는 새 장(章)을 열었다.

◆몸 속의 바이러스 숫자까지 세가며 치료제 쓰는 시대로…

B형간염 바이러스 발견을 계기로 ‘간염 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1970년대에 B형 간염 백신이 개발돼 쓰이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각 나라에서 대규모 백신접종 사업이 이뤄졌다. 1990년대에는 항(抗)바이러스 약물이 처음 나왔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간염 신약(新藥)이 선보였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홍 교수는 “이제는 진단 기술의 발달로 혈액 1㏄에 바이러스가 몇 개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혈중 바이러스를 100~100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을 간염 치료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한 간염 환자의 피 1㏄에는 통상적으로 1억~10억 개의 바이러스가 있다.

◆한국, 성인 감염자 3~7%, 10대 이하에선 0.5%로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성인 간염 10명 중 1명이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일 정도로 ‘간염 후진국’이었다. 이들의 약 80%는 엄마 감염자로부터 날 때부터 바이러스를 물려받는 ‘수직 감염자’이다. 그때는 간염이 유전병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간염 백신이 보급되면서 감염자 수가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신생아에게 간염 백신이 기본 접종으로 이뤄지면서 현재 20세 이하에서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0.5~2%로 뚝 떨어졌다. 지난 16일 일본 고베시(市)에서 열린 간염 바이러스 발견 40주년 심포지엄에서 대만 창겅대(長庚大) 의대 리아우 윈판(Liau Yun-Fan) 교수는 “국제 의학계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으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한국과 대만이라고 평가한다”며 “고속 경제 성장 덕에 대규모 백신 접종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B형 간염 환자를 3억5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75%는 아시아에 있으며,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내성(耐性)

B형 간염 환자 김모(50)씨는 항(抗)바이러스 약물을 3년간 복용하면서 간염 바이러스를 조절해오던 중 1년 전 이 약물에 내성이 생겼다. 이후 내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신약(新藥)을 복용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약물을 끊었다. 그러다 최근 황달 증세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은 그는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신약(바라크루드, 레보비르 등)은 하루 1정에 8000여 원이고, 매일 먹어야 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는 “기존 항바이러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수록 내성이 생기는 확률도 높아진다”며 “신약은 건강보험 적용이 1년밖에 안 돼 도중에 약물을 끊는 환자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간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간염 환자는 3~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 DB



◆편견으로 차별 받는 B형 간염 감염자들

박모(29)씨는 지난 9월 모 대기업입사에서 면접까지 통과했으나 최종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그가 불합격된 이유는 B형 간염 보유자이고 간수치가 정상보다 10% 정도 높았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일상 생활로 전염되지 않는다. 간수치가 정상을 약간 넘는 것은 감염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흔한 일이어서 약을 먹거나 과음으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회사들은 간 기능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간염보유자를 채용하지 않는다.

B형 간염 감염자 모임인 ‘간사랑 동우회’ 윤구현 회장은 “심지어 간 기능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감염자들을 채용하지 않는 회사도 부지기수”라며 “감염자에게 취업 제한을 두면 안 된다는 법이 2000년부터 시행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감염자들이 취업 등에서 차별을 받은 원인은 회사들이 취업 응시생들에게 사전에 건강검진서 제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차별을 막는 차원에서 채용 전 건강 진단을 금지하고, 업무 수행능력만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채용 전 건강검진 기록을 회사가 지정한 산업의학 전문의만 알 수 있다. 회사가 건강진단과 관련된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의료법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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