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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가라, 취직은 안된다
B형간염 보균자, 그 억울한 '차별'
    김영균(gevara) 기자

▲ 한 회사의 취업 건강진단서
B형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를 잃어버린 젊은이들. 그들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
2001 김영균
"...저는 올해 졸업을 한 대졸 취업 준비생입니다. 하지만 B형 간염 보균자라서 취업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채용절차에 신체검사라는 글자만 보면 주눅이 들어서 지원서를 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이나 지역의 작은 기업들에 원서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잘 안돼서 집에서 매일 취업난을 검색하는 것이 제 일과가 됐습니다..." (글쓴이: 바이러스, 제목: B형의 비애, 2001년 7월 30일)

"1996년도 육군사관학교, 1998년도 해군장학생, 그리고 2001년 공군 장교. 3개군 장교 필기시험은 다 붙었습니다... 그러나 위 두 개의 장교시험은... 간염땜에 떨어졌습니다... 이번 공군장교 시험도 솔직히 불안합니다... 규정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또 최종 신검에서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인제...이것마저 떨어지면... 어떻하지요..." (글쓴이: 장교맨, 2001년 8월 4일)

"... <신세계이마트>에 저도 지원을 하였는데 면접 보았을 때 회사에서 비활동성은 괜찮다는 말에 정말 '이번에는 되겠구나'라고 자신있게 신체검사에 임했습니다... 인사당담자가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말에 의사 선생님께 '저는 비활동성인데요'라고 하니까 의사선생님 말씀이 <신세계이마트>에서는 비활동성/활동성이 아니라 전염이냐 아니냐 두 개 중 하나를 체크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정을 금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요..."(글쓴이: SKY, 2001년 7월 28일)

우리 사회의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성적 좋고, 신체 건강하고, 병역까지 완벽하게 마친 젊은이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B형간염 보균자들'. 신체검사에서 드러난 이 작은 판정 하나가 현재 꿈 많은 젊은이들의 눈앞을 캄캄하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학군장교로 병역을 마치고 (주)대우조선에 입사원서를 낸 전호성(26) 씨. 그는 회사의 최종면접까지 합격하고 연수를 위해 거제도 기숙사로 입사한 지 3일만에 다른 동료 7명과 함께 회사로부터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체검사에서 'B형간염 보균자'로 판명나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인사담당사인 여아무개 차장은 '우리 회사 특성상 술자리에서 자주 술잔을 돌려마시며...'운운 하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전씨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간염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전씨는 '간염보균자'일 뿐 실제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도 아니다. 대우조선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도 그의 간 상태는 B형 항원 양성, 항체 음성, e항원 양성혈청 GOT수치 36Unit, GPT수치 25Unit, 감마 GTP수치 20Unit으로 아주 양호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단호하게 채용을 거부했고, 전 씨는 그의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간염으로 인해 채용에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가족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특히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당신 탓으로 여겨 제게 미안해하시며 말도 붙이지 못하고 계십니다... 저도 지금 잠시 취업준비를 접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현재 전 씨와 같이 '간염보균자'로 판명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 중 약 7∼8% 정도가 간염보균자이며 그 수는 무려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20대 보균자만 6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그러나 간염은 이처럼 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전염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치 '천형'과도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실제 전 씨는 자신의 주변에도 함께 대우조선의 채용에 탈락했던 동료들 외에 학군단 선배, 학교 선배 등 많은 사람들이 '간염보균'으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B형간염은 일반 전염병과 다르다'는 과학적인 결과가 이미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단지 'B형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능력있는 젊은이들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군대는 간다... 그러나 취업은 안된다

이처럼 'B형간염 보균자들'이 취업에서 냉대를 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B형 간염이 술잔을 돌리거나, 수건을 함께 쓰거나, 음식을 같이 먹거나 해서 전염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B형간염'의 전염은 성적 접촉이나 수혈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단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다고 해서 전염이 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B형간염 보균자라 할지라도 군대는 면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 씨와 같이 입대 전에 이미 B형간염 보균자로 판명이 나더라도 군복무는 어김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군복무의 '의무'는 있고, 취업의 '혜택'은 누리지 못하는 이같은 현실 때문에 간염보균자들은 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역시 B형간염 보균자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10월 B형간염을 '취업제한대상전염병'에서 제외하고 협조문을 각 기업으로 보냈지만, 'B형간염'으로 인한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전 씨는 "이번 일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 문의를 해봤지만, '각 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전씨는 또 "B형간염 보균자들은 취업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결혼, 가족생활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심한 경우 이러한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독신으로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간사랑 동우회' 사이트 등 온라인상에서 활발한 정보교환을 통해 현실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간사랑 동우회'에서는 'B형간염 보균자들'의 경험담, 질의응답, 취업제한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2001-08-0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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