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B형 간염 환자들의 또 다른 고통 '취업차별'
미디어다음 / 김진경 기자
media_jinkyoung@hanmail.net

<"B형 간염이 주홍글씨인가" 취업차별 '부당'>

"대기업 다섯 군데 붙으면 뭐합니까. 신체검사만 하면 오라는 곳이 없는데."
최종혁(가명.27)씨는 스스로 '준비된 졸업생'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학교 4년 내내 학점관리와 자격증 취득, 그리고 영어공부까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게 3급 판정을 내리는 육군 입영규정에 따라 남들과 똑같이 현역 군복무까지 마쳤지만, 취업에서 '신체검사'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다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이 겪는 고통 가운데 심각한 것은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취업차별' 문제다.
다음카페 '만성B형 간염 환우회'(cafe.daum.net/dhlee3) 운영자라고 밝힌 virus mania님은 "많은 환우들이 가장 아파하는 것은 병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간염으로 인한 사회적 냉대와 취업 차별"이라며 "기업들이 간염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냉정하다"고 말했다.

간사랑동우회에서 B형 간염 환자들의 취업상담을 맡고 있는 한빛내과 한상률 원장은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의 취업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간염보균자의 취업을 금지하는 제도가 2000년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차별은 없어지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더 교묘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취업 포기'>
만성 B형간염 보균자의 '취업차별' 실태가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B형 간염 보균자에 대한 고용차별 실태조사'에서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에 의뢰, 채용과정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B형간염 보균자 203명과 비보균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보균자의 취업실패율은 38%로 비보균자들의 취업실패율 12.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균자들의 21.1%가 채용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해 비보균자들의 4.9%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B형 간염을 취업제한 질병에서 제외함으로써 B형 간염에 의한 차별금지를 법으로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에서 취업차별이 시정되지 않자 같은해 11월 보건복지부장관이 직접 경제5단체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기업들도 이 취지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며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젊은이들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국가인권위법에도 간염 바이러스 보균처럼 과거에 병을 앓았거나, 현재까지 질환을 앓는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조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언적인 것일뿐, B형 간염 병력에 의한 차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B형 간염에 대한 편견이 뿌리깊게 자리하면서 B형 간염 보균자의 경우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상당수의 B형 간염 환자들이 한 두 번 노력을 하다가 취업이 안 될 경우, 취업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다음이 간염 문제를 보도하자 게시판에는 취업차별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직장을 구했는데...들어가는 곳마다 건강검진시 b형간염 보균자로 판정,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몇 군데서 이런 수모를 더 겪은 후, 이젠 사회생활이 두렵습니다.이건 한 인간을 사회에서 내모는 아주 잔인한 현실입니다. 제가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얼마나 적은지...이런 아픔 모르시겠죠?"(nami님)

국가기관의 경우 공식적으로 '공무원신체검사 판정기준'을 통해 고용차별이 시정되었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은 유무형의 '고용차별'을 통해 보균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한상률 원장은 "B형 간염 환자에 대한 채용은 일관된 기준이 없이 사업주 또는 인사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강상태에 따른 고용차별 금지조항 신설돼야>

간사랑동우회 한 관계자는 B형 간염 보균자나 환자가 취업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민간기업의 '수익논리'에 있다고 말한다. B형 간염 보균자가 혹시 발병할 경우,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 특히 B형 간염이 악화돼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게 되면 '산업재해보상' 처리 과정을 밟을 수 있어 민간기업에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건강상태에 따른 취업차별은 주로 면접 등 채용과정이나, 채용 시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일반 기업의 '채용 시 건강진단 1차 검사 항목에는 B형 간염 보균 여부에 대한 검사가 포함되지 않도록 돼있다. 그리고 채용 시 건강진단은 고용자 본인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이를 근거로 취업제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및 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권장사항일 뿐 근로기준법 등에 건강상태에 따른 차별적 대우를 금하는 법적 제도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채용 전 건강진단을 사실상 불법화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현재 노동법 체계는 채용 전 과정에 사업주의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로서 건강상태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한 관계자도 "350만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상률 원장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모두 B형 간염 환자들이 취업에 있어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채용관행을 방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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