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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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환자들의 든든한 벗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운명적인 직업, 운명의 순간….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인 사건을 맞닥뜨릴 때 운명을 찾지만, 운명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상율 원장에게 간사랑 동우회(www.liverkorea.org)는 이런 운명처럼 다가온 존재다. B형간염 환자에 대한 차별 해소와 환자 권익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온 한 원장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활동요? 하는 일 없는데요?’하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미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출퇴근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가 아니라 얘기나 하자고 만난 자리, 간간이 ‘한 일도 없는데 뭐라고 쓰시려구요’라는 그의 염려(?)가 끼어든다. 3시간이 넘게 얘기 나눈 사람에 대해 할 말이 없을까. 시작한다.


하나. ‘B형간염’ 하면 한상율?

“우선 간염 자체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전문가도 아니고. 저는 이 활동을 병 자체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점에서 하고 있거든요.”

그는 우선 주위의 시선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 질병 자체에 대한 전문가는 학회에 계신 분들이고, 자신은 취업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B형간염 환자에게 사회적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B형간염 환자의 어려움을 알게 된 것은 96년 경. 한 일간지에 난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제 B형간염 환자도 취업할 수 있다.’ 이 제목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아, 그동안은 취직이 안됐었구나!’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환자를 보면서 병세로 그 환자를 판단했던 그에게는 일상생활을 해도 아무 문제없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한 원장은 B형간염 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부수는 일에 착수했다.

둘. 한빛내과 홈페이지?

그가 원장으로 있는 한빛내과도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 요즘 웬만한 병원에는 다 있으니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한빛내과 홈페이지’에 병원 관련 정보라고는 원장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세 줄밖엔 없다. 그것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맨 아래.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글 보관하려고 만든 걸요’라고 대답한다. 그는 PC통신 시절부터 의료상담으로 시작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PC통신 특성상 오래된 글은 삭제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 삭제되는 글을 살리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홈페이지였다. 글을 지우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 만든 것이라 그런지, 초록색 홈페이지(htt://home.hanmir.com/~handor)엔 이미지는 하나도 없고, 푸른색 글씨와 검은 글씨로 만든 글 제목 배너만 줄지어 있다.

“처음부터 병원 홍보할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니에요. 제목은…, 제가 상상력이 없어서 다른 제목은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래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그는 언론에 의해 퍼지는 잘못된 의료상식을 바로잡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제목 아래 자리 잡고 있는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차별은 부당합니다’라는 문구는 그가 이 홈페이지를 만든 또 다른 이유다.

셋. 문제 해결, 멀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이 ‘난 별로 한 거 없는데요’다. 한국인 특유의 겸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간사랑 동우회가 활약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2000년 법 개정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 워낙 민원이 많이 쌓여서, 정부에서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였죠. 그런데 제가 이 문제에 좀더 활발히 참여하고, 관련 모임이 시작되던 때도 바로 그때였죠. ‘전염병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이, 우리가 여기 저기 질의하고 다니고 하니까 우리가 그걸 이뤄낸 것처럼 됐는데…, 별로 한 건 없어요. 여러 가지 조항이 바뀌면서 거기에 간사랑 동우회가 간여한 바는 있지만요.”

그렇게 관계자 눈에 띄게 된 간사랑 동우회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B형간염 환자 단체로 자리잡게 됐고, 지금 제도는 거의 정비가 된 상태다. 예전처럼 B형간염 환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의 싸움이 남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넷, 휴진 너무 자주 하는 거 아녜요?

간사랑 동우회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는 그인지라, 때로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한번은 청와대 기획실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문제는 청와대 측에서 이틀 전에 통고한 것. 환자에게 휴진을 알릴 여유도 없었다. 갈등 끝에 간사랑 동우회를 선택했지만, 진료실에서는 환자들에게 혼나야 했다.

“아니, 원장님은 왜 그렇게 휴진을 자주 하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 또 그랬어요? 이러니까 언제 언제 얘기를 하는데 다 간사랑 동우회 일로 빠진 날이더군요. 그 환자도 불평할만한 게, 의정부에서 온 환자였거든요.”

그래도 청와대 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다행스럽다. 대통령 공약사항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사실도 B형간염 환자에게는 행운이다. 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문제인 만큼 정부와 언론에서 떠들어주면 좋은 일이다.

다섯, 한방에 해치운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간사랑 동우회의 ‘힘든 일은 도맡아하는’ 김창섭 원장은, 제약회사에서 ‘뭐 도와드릴 일 없냐’고 말할 때마다 ‘3분짜리 공익광고 만들어서 6개월만 내보내 주세요.’한단다. 가장 효율적인 캠페인임은 틀림없지만, 수십억이 들어가는 일에 선뜻 나설 회사는 없다. 간사랑 동우회를 만들고 가장 힘든 시기가 지금이란다.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때. 가끔씩 듣는 사람들의 ‘그런 줄 몰랐어요’란 반응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그래도 환자가 조금이라도 많을 때 눈에 띄는 변화가 왔으면 한다.

“지금, B형간염 환자가 1%정도인데 점점 줄어드는 추세예요. 사회문제로는 그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지만, 점점 소수가 될 환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몇 배로 커질 겁니다.”

‘생각 같아서는 한방에 해치우고’ 싶다는 말로 조급함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저변을 늘려 가면 언젠가 ‘크게 터뜨릴’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때를 위해서 기획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동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 속에 ‘그 때까진 간사랑 동우회의 방패로 남겠다’는 강단이 느껴진다.■

김민아 기자 licomina@
사진 김선경 기자 p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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