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채용 전 건강검진 제도 재고해야"
“건강 검진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 자신들을 위한 것”

스웨덴에 위치한 에릭슨 본사에서는 채용 시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는다. 대신 1년에 한 번 정기 건강검진을 한다. 이것도 강제는 아니다.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건강검진은 노동자의 복지를 위한 것이지 건강 상의 이유로 승진이나 보수의 차별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기꺼이 건강 검진을 받는다. 건강검진은 노조가 고용한 의사가 한다. 건강 검진 결과 역시 본인에게만 통보되며 회사는임의로 열람할 수 없다. 노동자의 건강 검진 결과를 알기 위해서 사측은 노조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병을 이유로 한 차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데 부적합한 사람은 채용 과정에서 행해지는 까다로운 업무수행능력 평가를 통해 걸러진다. 때문에 건강 상태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 회사의 건강검진 운용 방법의 핵심이다. 물론 일개 스웨덴 기업의 사례를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산업 재해에 대한 보상 제도나 전반적인 복지 제도가 우리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웨덴 외에도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이 인사채용 과정에서 개인의 의학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빌미로 채용시 차별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회사측이 입사지원자의 세세한 의학정보들을 마음대로 수집할 수 있고 심지어 잘못된 의학 지식으로 차별하는 우리 나라와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입사 시 차별을 두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스웨덴 등 유럽의 선진국들과 한국의 사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사회적 오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후진적인 인사채용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70~80년대 정부에 의해 주도된 ‘B형 간염은 술잔을 돌려도 옮는다’는 캠페인은 복지부 스스로도 사실과 다른 의학 정보라고 시인한 바 있다.

“사회적 인식 전환까지는 아직 멀지만 제도적 개선은 꾸준하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의 사회로 B형간염 차별개선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전병헌 의원실]

B형 간염 보유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까지는 아직 갈 갈이 멀지만 제도적인 개선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2000년 8월 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B형간염은 ‘전염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일시적으로 업무종사가 제한되는 전염병’에서 제외됐다. 2000년 10월부터 노동부는 B형 간염의 고용차별 부당성에 대한 안내문을 각 사업장에 통보하고 있다. 2002년 이후에는 매년 초에 실시하는 근로자 건강진단 사업장 안내 시 ‘B형 간염 고용차별 방지’에 대한 내용을 첨부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2002년 12월 각 학교에 B형 간염 보유자의 기숙사 입사 제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일괄적으로 보냈다. 2000년 전염병 예방법 개정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공무원 채용 과정. 전염병 예방법 개정 이후 10월 공무원 임용 및 시험 시행규칙도 개정하면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무원 임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 김영택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과장은 “전염병 예방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B형 간염 보유자에게 취업 차별을 준 적은 없다. 단지 일시적인 업무를 제한하도록 한 것뿐인데 70~80년대 잘못된 캠페인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간염 보유자를 차별했다”며 “법 개정 이후에는 일시적인 업무 제한 항목마저 삭제해 기업들의 차별에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취업자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산업전문의 소견을 따라서만 판단해야 한다”며 인사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채용 절차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유전자 검사까지 가능하게 되면 차별 더 늘어”

이 같은 정부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B형 간염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해 말 고용정책기본법이 개정돼 B형 간염 보유자 차별을 명백한 위반 사항으로 분류했지만 행정 지도 외의 강제규정이 없어 구속력이 약한 상태다. 사기업의 채용 과정을 법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병력에 기인한 차별이 공고화 돼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구직자의 의료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할 경우 또 다른 윤리적 문제가 파급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감식이 손쉽게 이루어진다면 예상치 못한 인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형 간염뿐 아니라 유전적 요소가 있는 모든 질병의 발병 가능성까지 검사를 통해 밝혀지게 되면 유전 병력까지 차별의 근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나아가 개인의 DNA 정보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역효과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채용 전 검사 대신 채용 후 건강검진 이루어져야”


간사랑 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채용 전 검사 대신 채용 후 건강검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간사랑 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이 같은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우선 채용 신체검사를 채용 완료 후 배치 전에 실시하거나 마지막에 별도의 과정으로 실시, 신체검사에 의한 불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채용 중 어느 과정에서 불합격됐는지를 밝혀내 병력에 의한 차별 여부를 가려내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채용 전 건강검진이 실시될 경우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하는 등 권리 구제 노력을 하더라도 불합격의 이유가 신체검사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 밝혀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총무는 이어 “나아가 채용 건강검진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으로 대체, 기업 임의의 신체검사 결과가 차별의 근거로 사용되는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무는 또 “현재 보완 유지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건강검진 결과를 봉투에 넣어 개인에만 전달하는 방법 등으로 개선하고, 비밀보호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나라의 예

미국 - “장애인도 업무 수행할 수 있으면 취업 불이익 없어”

미국의 경우 1992년 제정된 장애법(American Disability Act, ADA)를 통해 채용 전 신체검사나 장애 관련 질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채용 이후 실시되는 장애인의 업무수행능력 평가 역시 건강 문제 이외의 다른 적성 평가를 마친 후 허용하고 있다. 업무수행평가는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똑같은 형태로 이루어 진다. ADA는 신체에 장애가 있더라도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경우 어떤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는 장애가 아닌 발병하지도 않은 병력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입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국 - “검진 결과는 오직 산업의학 전문의만 볼 수 있어”

채용 전 신체검사를 통한 입사 결정 등 제도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은 영국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의 예는 찾기 힘들다. 채용건강진단의 결과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건강 기록은 오직 직업의학 전문의만의 볼 수 있다. 그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는 얘기다. 영국에서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건강진단과 관련된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의료법에 어긋나는 일. 입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오직 산업의학 전문의나 산업보건 전문가만 할 수 있어 인사담당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중국 - 우리나라보다 심한 차별, 반발 심해지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강도 높게 B형 간염 보균자들에 대한 차별을 공고화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정도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 인구의 약 6~7%인 1억 명 가량이 B형 간염 보유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역시 B형 간염 보유자들의 반발이 상당한 수준. 근거 없는 차별을 당하고 있는 중국 내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 역시 간담상조(肝膽相照, www.hbvhbv.com)라는 사이트를 통해 권리 구제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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