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간수치 높다고 입사 취소 당해

 

B형 간염 환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간사랑 동우회 ’ 사이트(www.liverkorea.org). 이 곳에는 B형 간염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로 가득하다. 투병기록에서부터 의학정보는 물론 갖가지 차별과 설움에 대한 경험들이 올라와 있다.

특히 간염 보유자 라는 이유로 받는 취업 차별에 관한 사연이 가장 많다. ‘군대도 다녀오는 등 임무는 다 했는데 노동의 권리는 박탈당했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

한 B형 간염 보유자는 ‘전 직장을 그만 두고 경력으로 지원했는데 간수치가 높게 나와 불합격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굴지의 대기업에 신체검사 과정에서 불합격 했다는 또 다른 보유자 역시 ‘정말 한국이라는 땅이 싫다. 군대는 현역 판정 받고 의무를 다했는데 이게 뭐냐’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간의 염증수치(GOT, GPT)로 지원자의 건강 상태를 판별하는 관례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황. 중국을 제외하고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간 수치에 의한 취업 차별로 전국민의 5~8%, 약 250만~300만 명에 이르는 B형 간염 보유자들이 사회로 나서는 첫걸음에서부터 좌절을 겪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순영 인권연구담당관은 “차별 시정을 위해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합의 등의 조치는 법적인 강제력 없어 솜방망이 수준인 게 사실”이라며 인권위의 취업 차별 개선 노력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임 담당관은 이어 “그러나 기업들의 권고 수용률이 75% 이상일 정도로 높다”며 부당한 차별을 받았을 때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권리 구제 노력을 주문했다.

“B형 간염이 산재 증가시키는 것 아니다. 노동력 상실 우려는 기우에 불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 대한 차별은 취업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차별은 의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간사랑 동호회 윤구현
총무는 이 같은 차별의 이유로 70~80년대 정부 주도 캠페인에 의해 강하게 뿌리내린 사회적 편견과 더불어 ▲간염 환자들의 업무상 재해나 노동력 상실 문제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업의 판단과 ▲건강한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막연한 인식을 든다.

윤구현 총무는 간사랑 동우회에서 활동하며 B형 간염 환자 및 바이러스 보유자들의 차별 시정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사진=윤구현 총무 제공]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B형 간염 건강보유자 차별 개선을 위한 입법 공청회’ 자리에 참석한 의학 전문가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 대한 노동력 상실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B형 간염 환자가 아닌 바이러스 건강보유자의 경우 병원 치료 등 특별한 관리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차별은 더욱 정당성을 잃는다.

자신을 B형 간염 보유자라고 밝힌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 역시 “’기자’라는 직업의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은데도 내 직무 능력이 다른 기자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무 능력에 대한 우려 역시 사회적인 편견”이라고 말했다.

윤구현 총무는 산업재해가 늘어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용자측 주장 역시 편견이라고 꼬집는다. 윤 총무는 자신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발생해 산재 판정 받은 노동자의 과로 형태는 예사로운 과로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이상 연장근무, 주 3~4회 음주, 휴일 없는 근무, 병가 복귀 후 과로 등 근로기준법을 한참 넘어서는 근로를 한 경우에 발생한 간질환으로 산재가 인정됐다”며 “근로자 본인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간염 보균 여부보다 암 가족력, 운전 거리 등을 묻는 게 오히려 빠를 것”

미래에 발생할 질병을 우려해 취업 시 신체 검사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역시 의학적인 근거가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김영택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과장은 “고가의 건강 검진을 받는다고 해서 한 인간의 미래 건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건강검진은 현재 상황에서 업무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김 과장은 “인간의 기대 수명을 예측하는 요소에 B형 간염은 빠져 있지만 고혈압, 당뇨, 암 가족력과 더불어 운전 거리 등이 포함돼 있다”며 “건강한 사람을 뽑으려는 기업의 막연한 인식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B형 간염을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말한다.

B형 간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동력 저하는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암 발생 가능성이나 운전거리가 긴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보다도 낮은 것이라는 설명이다.“찾기 쉬어 차별도 쉽다”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 B형 간염이 여타 질병에 비해 더 차별 받아왔던 이유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를 통해 ‘찾기 쉬운’ 질환이라는 데 있다.

구직자들에게 B형 간염 보유는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또 업무의 특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신체검사 제도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공무원 채용 심사 기준에서 지정하는 취업 제한 질환 중 악성종양, 기질성 부정맥 등 노동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몇몇 질환은 취업 시 이루어지는 건강 검사로는 밝혀낼 수조차 없다. 혈액검사를 통해 간단히 밝혀 낼 수 있는 B형 간염 보유자들만 차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먼지 발생이 많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선발할 때는 심폐 기능을 측정해야 옳고, 근골격 사용이 많은 노동자는 근골격계 질환을 검사하는 게 합당하다. 모든 취업자에게 공통으로 요구되는 신체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는 아직 없는데 기업들이 여기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권영주 한림의대 의학교수의 지적은 간염 검사가 모든 취업자들의 통과 의례가 된 현 상황을 정확히 짚고 있는 셈이다.

간사랑 동우회 의 회원들은 대체로 대기업 삼성의 채용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 역시 이 점에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

삼성이 합리적 기준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산업의학 전문의가 판단하는 일관적인 기준에 있다는 게
간사랑 동우회의 해석이다. 삼성의 경우 간기능 검사 수치의 높고 낮음만 갖고 불합격 판단을 내리기 보다 다각도에서 병력을 판단, 수치가 높아도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으면 입사가 가능하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특히 “검사를 통해 부적격 판정을 받았더라도 식이요법이나 약물 치료를 할 시간을 주는 차원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몇 달까지 지원자의 상황을 체크한다. 때문에 불합리하게 차별 받는 경우는 적어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B형 간염 보유자들은 문턱이 높은 회사로 o사 등 몇몇 회사를 꼽는다.

o사 역시 1차 검진 후 결과에 따라 2차 재검진 절차를 거치고 그래도 호전되지 않으면 입사를 연기시키는 등 나름의 구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간사랑 동우회 측은 “건강검진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의사마다 내리는 판단이 다른 데서 오는 혼란인 듯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다각적인 진단 없이 ‘간수치 OOO이상 불가’ 등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해 취업을 제한하는 이 회사의 기준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게 B형 간염을 보유한 지원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이 회사의 인사 담당 직원은 그러나 “나름대로의 채용 기준에 따라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낸 것 뿐”이라며 “다른 회사에 비해 엄격하다면 아마도 다른 회사들이 지나지게 너그러운 상황일 것이다. o사가 지나치게 엄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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