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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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onga.com/docs/magazine/shin/2006/10/16/200610160500081/200610160500081_1.html
2006.10.01 통권 565 호 (p638 ~ 641)
[‘肝의 달’ 특별부록]

B형 간염 보유자의 호소 “병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아파요”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총무 www.liverkorea.org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체적 고통, 치료비 등 질병 자체에서 비롯된 어려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병들은 질병 자체보다 그 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 괴로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B형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의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B형 간염 보유자)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병 자체보다 간염 보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30대 이상은 1980년대 중반 TV 화면에 자주 나오던 ‘술잔을 돌리면 B형 간염이 전염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서너 명의 직장인이 도란도란 모여앉아 술을 마시다 잔을 돌리는 장면에서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뜨는 그 광고는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한 전화 설문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약 75%가 ‘B형 간염이 음식이나 침(타액)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B형 간염은 타액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와 보건당국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오해로 간염 보유자들은 여러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회사나 학교 기숙사, 유치원, 어린이집은 간염 보유자를 아예 받지 않는다. 반면 일상을 함께 하는 군대는 B형 간염 보유자라도 제한 없이 입대한다.

터무니없는 사회적 격리

지금도 B형 간염은 ‘국민병’이라고 할 만큼 흔하다. 20년 전 우리나라의 B형 간염 보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10%에 이르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숫자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B형 간염 보유자가 전체 인구의 3.7%라고 발표했다. 이는 청소년 이하의 B형 간염 보유자 비율이 전체의 1% 정도로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은 주로 B형 간염 보유자인 산모에게서 신생아에게 전염됐는데, 1990년대 이후 병원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또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면서 만성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유아의 B형 감염을 막고 있다.

B형 간염에 전염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간염 보유자를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예방주사를 맞고 항체가 생기면 평생 B형 간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이들을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간염 보유자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 제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1년 또는 2년마다 건강검진을 한다. 이 건강검진은 직장 건강검진과 연계되어 직장인들의 검진 결과가 회사에 통보되는데 간염보유자들은 자신의 검사 결과가 회사에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검사를 피하고 어떤 사람들은 신체검사를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B형 간염 보유자가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 시기를 찾을 가장 좋은 기회다.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 건강검진을 통해 간염을 진단받았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간염 보유자에 대한 차별은 이들의 건강관리를 어렵게 한다. B형 간염 보유자가 가장 중요한 정기검진을 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염 보유자가 원하는 것

사회적 낙인은 치료에도 영향을 주는데, B형 간염의 치료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매일 한 알의 약을 먹거나 이틀에 한 번 스스로 주사를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진료도 통상 한 달에 한 번만 받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지만 회사에서 모르게 병원을 다니려면 조금 어려워진다. 집이나 회사 근처 병·의원을 다니면 괜찮지만 대학병원은 보통 회사와 멀고 대기 시간 등을 생각하면 두세 시간이 족히 걸려 월차를 내지 않으면 다닐 수 없다. 회사에서 직원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사람들이 만성 간염에 갖는 또 하나의 오해가 만성 간염 환자 또는 만성 간염 보유자는 육체적인 활동을 심하게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간염 보유자는 육체적인 활동을 제한받지 않는다. 또 간염 환자라고 해도 치료를 받아 상태가 안정되면 역시 육체적인 활동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안정가료보다는 적절한 사회활동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 최근의 의견이다.

간염 보유자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어느 한 개인이 무슨 병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필요는 없다. 개인의 비밀이 공공연히 알려지는 것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의료 정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의료 정보를 근거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학교와 직장 등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의사의 판단이 우선해야지 일반 교사나 직원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개인 건강기록의 비밀이 보호돼야 하고 또 건강기록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B형 간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장과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장이나 체중, 허리둘레 등이 회사 동료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혈액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은 성격과 혈액형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많은 젊은이가 그것을 믿는다. 만약 내 자녀의 담임교사가 혈액형별 성격차이를 믿고 혈액형에 따라 아이들을 다르게 가르친다면 어떨까?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다. 내가 간염 보유자인 것이 부인 또는 남편과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면 결혼을 포기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B형 간염 보유자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이렇듯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의 병을 제대로 알게 해달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을 쓰면서 비슷한 수준의 국민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 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무턱대고 따라야 할 대상이지 의문을 갖거나 질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유사 의료시장’이 형성되어 환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아무런 근거 없이 환자들을 속인다.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보다 잘 이해한다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더 적극적일 것이다. 나의 현재 상태는 이렇지만 이 약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치료를 선택하거나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 질병에 따른 여러 사회·심리적인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평생 자신의 질병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성 질환은 한두 해 치료하고 마는 병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어 있는 간염 보유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의 질병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가 속한 간사랑동우회는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이다. 간사랑동우회가 활동한 지난 7년간 여러 면에서 제도적 개선이 있었지만 작은 단체가 활동하는 데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이런 활동은 간 질환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질병에도 필요하지만 환자단체들은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활동이 미약하다.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간사랑동우회 회원이 2만명이지만 이것은 전체 간염 보유자의 1%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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