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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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멀쩡한데 보균자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고 있으니 고통스럽습니다." 마른 체격의 이병우(65·가명)씨. 'B형간염' 탓에 매우 지쳐 있다. 보균자라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에 온 가족이 심적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 자녀를 둔 이씨는 일일 근로자 등으로 험한 인생을 살아 왔고, 부인의 B형간염이 세자녀에게 이어졌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전염성 거의 없는 데도 기업들 면접 점수 낮춰 불합격… 2000년 취업제한 질병서 제외

그 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10여년 전 부산대 공대에 입학한 첫째 아들(34)은 B형 간염 때문에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퇴했다. 지금은 건설현장 용역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둘째인 딸은 고교를 나온 뒤 우여곡절 끝에 한 호텔의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씨는 "병원에 부탁해 거짓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털어 놨다.

65세 이병우 씨의 보균자 세 자녀

큰아들
      취업 어려운 사실 알고 대학 자퇴 막노동 

               거짓 진단서 발급 받아서 호텔에 취직 

막내아들  면접서 여러 번 떨어진 뒤 주유소 알바

공업고교를 졸업한 막내 아들(29)은 서비스직 등에 수차례 응시했다. 하지만 면접점수가 이상하리만큼 낮았다. 지금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 국적으로 200만 명, 전 인구의 6%에 해당하는 B형간염 보균자들이 사회의 오해와 선입견 탓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B형간염 보균자들은 민간기업에서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신체검사 후 B형간염 보균자로 판명나면 불합격시켜 버리거나 면접 점수를 낮게 주는 식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모 은행이 B형간염 보균자에 대해 취업면접에서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고 지적,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경우로서, 사측이 면접태도가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명하면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노동부나 인권위의 명령은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모 대기업 인사부장은 "입사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아무래도 건강상 문제가 없는 지원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형간염 보균자 모임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B형간염 보균자는 여전히 취업에서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신검이 없는 영세한 사업장이나 아르바이트 등 제한된 취업범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에 따르면 B형간염은 수혈이나 성관계 등 혈액으로 옮는 질병이기 때문에, 일상적 활동을 통해서는 전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때문에 2000년 B형간염은 취업제한 질병에서도 제외됐다. 취업 차별을 받을 경우 노동부와 국가인권위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부산대 소화기과 윤기태 교수는 "B형간염이 쉽게 전염되는 A형간염과 혼동돼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제 생활에서 B형간염은 전염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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