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간사랑동우회


1년 한정 보험혜택 … 환자들의 좌절, 울분
미디어다음 /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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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약을 끊어야 겠다고 말합니다">
국내엔 약 350만명에 이르는 만성 B형 간염 보균자 및 환자들이 있다. 환자들은 개인별로 다르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통상 십수년에 걸쳐 병이 진행돼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바이러스 보균자 중에 감연환자가 되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평소 관리만 잘한다면 병을 옮기거나 발병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환자나 보균자는 늘 불안감 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간염의 특성상 발병시 완전 치료가 불가능하고 악화되지 않게 병을 관리하는 게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제픽스란 약은 이들에겐 적어도 현재까지는 유일한 간염치료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약은 바이러스의 증식이 낮은 상태로 유도해 간질환의 진행을 막고 일부 환자는 간염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도 있는 효능이 있다. 일부 환자에게 내성이 생겨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해도 계속 복용하면 상당수 환자는 다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세계의학계의 임상결과이다.

따라서 의료계의 요구를 묵살하는 당국의 '평생1년 보험혜택' 조치는 이들의 삶을 분노와 좌절로 물들이고 있다. 한달 11만원에 달하는 제픽스를 장기 복용해야 하는데다 초음파 및 혈액검사비용(비보험, 22만원), 보조치료제비 등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탓에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약값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상태가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항상 '간경변', '간암'의 사신이 눈앞에 너울거린다. 병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엄청난 약값, 취업차별, 그리고 전염을 걱정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이들의 하루하루를 더 힘겹게 만들고 있다.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는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이후 어떻게 해서든 치료를 해 보려고 각종 식이요법, 건강식품, 간장약, 한약 등 안 먹어 본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신문에서 먹는 간염치료제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병원을 찾아가 3년째 제픽스를 먹고 있습니다. 1년 밖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간염 치료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이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간암으로 진행되리라는 두려움도 사라졌고,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던 거죠. 그런데 1년이 지나고 4만원이었던 약값이 12만원으로 늘면서 한 달에 한번 약 타러 가는 발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남편 사업도 잘 안되고, 생활이 쪼들리다 보니 남편은 자꾸 약을 끊어야겠다는 말을 합니다."

주부 전희숙(가명. 35) 씨는 그런 남편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남편이 불쌍해 눈물을 뿌린 게 얼마인지 모른다. 전씨는 평생 보험료를 내는데도 보험이 안된다는 이유를 정말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저희 집은 아버지만 빼고 모두 간염 환자입니다. 엄마와 오빠, 저 모두 B형 간염을 앓고 있죠. 오빠는 요양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입니다…매달 80-90만원 정도의 약값이 들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저희들 약값을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메어집니다."

김성희(가명.24) 씨는 B형 간염 환자들을 위한 각종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호소하고 있지만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며, 정부와 사회 모든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병에 죽고, 돈에 죽고, 행정에 죽고…">
2001년 B형 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아온 유동영(43)씨는 더욱 기가막힌 경우다. 1년 동안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실을 모른 채 10개월을 초과하는 바람에 그에 해당하는 약값 50만원에 연체료 20만원까지 합해진 7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하 단칸방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는 그는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요즘엔 극심한 생활고까지 겪고 있다. 앞으로는 약도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보험혜택이 더 이상 안 된다는 얘기만 해주었어도 이렇게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도 보험혜택 기간이 1년뿐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통장에 남은 돈으로 매달 약값 12만원과 치료비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돈을 다 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유씨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수 차례 방문해 항의해봤지만, 법을 몰랐던 당사자의 책임이라며 연체료를 포함해 70만원을 내야 한다는 담당자의 차가운 얘기만을 듣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약을 끊어보기도 했지만, 죽는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을 도대체 누가 해결해 주어야 합니까." 그는 절망과 한숨 속에 하루를 살고 있다.

청와대의 '인터넷신문고' 보건복지부의 민원센터, 국회 보건복지위 김홍신 의원의 '민원사랑방' 등에 올라온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글마다 가슴 절박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올 상반기 건강보험이 8,9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B형 간염 환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혜택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의 건강권을 외면하고 이루어낸 생색용 '업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지금껏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B형 간염 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주역은 인터넷이다. B형 간염 환자와 의사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기 시작한 '간사랑동우회' 모임은 '의보 확대 및 취업차별 철폐'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0월 '간의 날'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참여해 B형 간염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꾸고, 권리찾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B형 간염은 향후 사회적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회가 간과하고 있습니다. 수혜대상과 폭을 계속 늘려 가야죠. 우리 실정에서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 수준의 지원체계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B형 간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 취업차별 문제 등을 바꾸는 것, 그리고 의료보험 혜택 기간을 연장하는 등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세상에 100% 완벽한 특효약이 있는 병은 없습니다. 특히 B형 간염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약이 있는데 단지 돈이 없어서 치료하지 못하는 현실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보건복지부의 군색한 변명보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카페 '만성간염에 걸린 사람들' 3,5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며 B형 간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치료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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