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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C형간염 아웃브레이크, 이제 시작이다? 서울현대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개원가 감염관리 중요성 부각
2016.09.05 15:11
[기획]C형간염 아웃브레이크, 이제 시작이다?
서울현대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개원가 감염관리 중요성 부각
2016-08-31
“조만간 또 터질 것이다.”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에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의료계 내에서 나온 이야기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이후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신고된 54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해 C형간염 발병률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현대의원에 이어 2010년경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 또 다른 의원이 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주사기 재사용 아닌 주사제가 감염원?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상식 밖의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던 의료계조차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데는 주사기 재사용이 아닌 주사제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때문이다. 주사기 재사용이 감염원으로 확인된 다나의원 사건과 한양정형외과의원·서울현대의원 사건을 다르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전문위원회는 지난 4월 한양정형외과의원의 C형간염 집단 발생은 PRP(Platelet-Rich Plasma, 자가혈치료술) 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의결했다. 한양정형외과 사건을 조사했던 원주경찰서도 지난 3월 PRP 시술 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가 오염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바 있다.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lidocaine)이 든 병에 여러 차례 바늘을 꽂아 사용하면서 오염됐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현대의원도 한양정형외과와 비슷한 사례로 보고 있다.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중 C형간염 항체양성자로 확인된 환자(508명) 상당수는 이 의원에서 비만치료, 신경차단술, 통증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침습적 시술에 사용되는 주사제가 오염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사기 재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한두 번 쓰면 주사바늘이 무뎌지기 때문에 500명이 넘는 C형간염 환자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여러 가지 약제를 미리 혼합해 놓고 뽑아 쓰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지적이다. 비만치료의 경우 통상 한 환자에게 여러 차례 주사를 놓게 되는데 주사제가 부족하면 미리 혼합해 놓은 병에서 다시 뽑아 썼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만약 이 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된 상태였다면 주사제가 들어 있는 병 자체가 오염되고 이를 모른 상태에서 다른 환자들에게 주사했다면 그들 모두 C형간염 감염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어떤 시술을 위해 국소마취를 했는데 시술 과정에서 마취가 풀린다면 추가로 더 주사하게 된다. 이때 환자에게 사용했던 주사기로 국소마취제를 다시 뽑는 순간 그 마취제는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면 안된다”며 “남은 마취제를 다른 환자에게 쓰면 감염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더욱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C형간염이 이처럼 한 곳에서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무균실 원칙이 깨졌다는 의미다. 의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 원칙을 깼다”고 말했다.
‘칵테일 주사’ 유행하는 개원가, 감염 관리는?
의료계 내에서는 일명 ‘칵테일 주사’가 개원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서울현대의원과 같은 감염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근본적인 원인은 건강보험 진료보다는 비급여 진료를 선호하게 만든 저수가체제에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사로서 가장 기본인 감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여론이 강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리도카인을 여러 번 나눠 쓰면 안된다는 것에 대해 몰랐다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더라”며 “만약 건강보험 진료를 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저수가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건 전부 비급여 진료였다. 저수가와 상관없이 감염 관리 등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해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 내과 개원의는 “주사제를 혼합해 놓은 병에 여러 차례 바늘을 꽂아 사용하면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건 상식”이라며 “상식을 깨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멸균이라는 기본 원칙을 의사 스스로 깬 것으로 그 의사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원가에서 연이어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의원 내 감염관리 안내’ 자료를 마련해 지난 29일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C형 간염 예방 및 진료지침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 ▲내시경 소독의 분류 및 수준 ▲주사제 사용 시 감염예방 등이 담겼다.
특히 주사제 사용 시 감염 예방법을 안내했다. 주사제 조제나 투여 등으로 사용한 주사기 및 주사침은 재사용하지 않고 절대 사용한 주사기 또는 주사침을 바이알에 넣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알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단회 투여용 바이알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으며 단회 투여용 바이알은 환자 한명에게만 사용하고 폐기하라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의료계 자정 기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C형간염 아웃브레이크 사태를 일으키는 숨어 있는 의료기관들을 빨리 찾아내야 한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곳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더 있을 텐데 그런 곳들을 빨리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이런 사건이 널리 알려져 의료계 내에서 자정 작업이 저절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개원의는 의료계가 자정 능력을 발취하려면 의협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인 자율징계권도 없는 의협이 현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지역 의사회를 통해 문제가 있는 의원을 발견한다고 해도 의협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 종사자 감염관리 교육 필요성 제기
의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같이 근무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주사제 혼합 등은 의사가 직접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의사가 결국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생각보다 감염관리에 대해 모르는 직원들이 많다. 의사가 일일이 신경 쓰지 않으면 언제든 감염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과 함께 감염관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사만 감염관리에 신경을 써서는 안된다. 병원 종사자 모두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감염관리 교육도 필요하다”며 “간호조무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관으로 우리 협회도 신청했다. 이때 꼭 감염관리 교육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 회장은 “의료기관 종사자 모두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의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도 했다.
추 회장은 또 “지난 번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을 때 C형간염 검사를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 문제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만 40세에 실시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 항목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C형간염을 3군 감염병으로 전환해 모든 의료기관에 신고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