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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 교수의 간(肝)편한 삶]우리나라는 정말 의료선진국일까?

헬스경향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교수



대한민국은 정말 의료선진국인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최근에는 아랍권에서도 국내에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진과 의료시설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서비스 역시 손색이 없어 국가고객만족도(NCSI)평가에서 대형병원들은 특급호텔보다도 순위가 높다.

대한민국은 의료후진국인가? 올 한해만 해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공포로 경제 전체가 위축됐고 건국대 실험실에서는 방선균으로 추정되는 집단폐렴이 발생했다. 또 다나의원의 주사기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발병은 국내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렇게 대한민국의료는 선진국이면서 후진국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의료의 질은 높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많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야 할 국가방역체계는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연간 12조 규모의 예산과 1만5000명 이상의 인원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와는 달리 우리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425명, 예산은 연간 5663억으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지만 국내에서는 실장급에 불과해 각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대표만성질환인 바이러스간염에 대한 담당부서와 전문인력도 없다. 따라서 다나의원의 C형간염 집단발병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인 역학조사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피해자 보상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C형간염 유전자 1a형에 감염됐다. 같은 사람이라도 백인, 흑인, 황인종이 있듯이 같은 C형간염바이러스라도 유전자변이 정도에 따라 1부터 6까지 유전자형이 있고 여기에 아형을 a, b, c 순으로 명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1b형과 2a형이 대부분이다. 유전자 1a형은 서구에서나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1형의 1%도 안 되는 매우 드문 형태라서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으로 인한 전파가 확실해 보인다.

C형간염 유전자 1형의 표준치료는 1a형과 1b형 구분 없이 1년동안 주 1회 페그인터페론 피하주사와 함께 매일 리바비린을 복용하는 것이다. 완치율은 60~70%이지만 근육통, 두통, 발진, 우울증, 빈혈, 갑상선 기능이상 등 부작용도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성B형간염의 완치율이 1년에 1~2%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60~70%의 C형간염완치율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올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만성C형간염치료제 ‘하보니’는 3개월만 치료하면 95% 이상의 환자들이 완치된다. 또 복용이 간편해 하루 한번 1정만 먹으면 되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환자라면 누구든 이 약을 복용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다만 하보니는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3개월 치료비용이 4600만원이나 된다. 다나의원 피해자 중 현재까지 꼭 치료가 필요한 55명만 치료하려고 해도 25억원이 넘어 다나의원 원장이나 질병관리본부, 의료분쟁조정중재원까지 모두가 쉽게 해결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 중인 하보니 급여전환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해 환자들의 개인부담을 낮추면 된다. 급여항목이 되면 개인부담치료비는 300~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정부는 또다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란다. 병이 걸린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이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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