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A(Direct-Acting Antiviral Agents)로 불리는 C형간염 신약들이 국내 임상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국내 C형간염을 박멸시키자는 말까지 나올 만큼 신약에 대한 의료진의 기대가 높다.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 ‘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 ‘하보니’(성분명 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 등 이미 국내에 허가된 C형간염 신약들이 인터페론, 리바비린 등 기존 표준요법 대비 치료기간이 짧고 완치율이 높으면서 부작용은 개선시키는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이하 닥순요법)은 지난해 8월부터 국내 보험급여가 적용돼 임상현장에서의 처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최근에는 이를 통한 C형간염 완치 사례가 주요 병원들을 중심으로 확인돼왔다.

최근 개최된 대한간학회에서는 닥순요법의 국내 실생활 처방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내 총 161명의 유전자형 1b형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다클린자60mg(1회)+순베프라100mg(2회) 24주 요법 후의 치료 종료 반응(ETR)과 12주 지속 바이러스 반응률(SVR12) 등을 분석했다.

분석결과는 이전 임상시험 결과와 유사했으나, RAV(resistance associated variants, 내성관련변이) 양성인 환자에서는 이전 임상시험 결과보다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처방된 닥순요법의 실제 치료효과가 실생활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에 이번 연구분석을 주도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를 만나 이번 분석결과의 의미와 C형간염 치료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 분석연구가 갖는 의미는.

단일 기관이긴 하지만 160여명 이상의 유전자형 1b형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페론을 사용하지 않는 경구용 DAA C형간염 치료요법인 닥순요법을 투여한 실생활 데이터를 분석했다.

지난해 8월 닥순요법 출시 이후부터 최근까지 약 9개월간의 누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치료 성과와 부작용이 그간 해외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닥순요법을 더욱 권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연구는 올해 간학회에서 최초로 공유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처방경험이 부족했던 초기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닥순요법을 막 처방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약물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완벽하지 않아 다소 혼란이 있었다. 일례로 지금과 달리 처방 초기에는 RAV 양성 환자에게 투여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RAV 양성이라고 해서 닥순요법을 쓰지 않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페론 등을 써야 하는데, 인터페론은 1b형에서 치료 성공률이 50%다.

때문에 ‘부작용이 많고 치료 성공률이 50%인 인터페론을 처방할 것이냐, 부작용이 없고 40%의 치료 성공률을 보인 닥순요법을 사용할 것이냐’를 두고 선택이 필요했다. 이는 RAV 유무가 확실치 않은 환자 역시 마찬가지이기도 했다. 또 당시에는 C형간염 신약의 약물상호작용과 같은 부분도 정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과 자체가 전통적으로 유효성이 확보된 신약은 가장 먼저 들여와 사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인터페론이나 B형간염 치료제 ‘제픽스’도 가장 먼저 사용했었다. 다만 원내에서 닥순요법 처방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이번 연구에선 RAV 양성 환자에서도 이전 임상과 달리 비교적 높은 완치율을 보였는데.

맞다. 해당 환자군에서 약 78%의 비교적 높은 SVR12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단일기관 데이터로서 환자 수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데이터가 누적되서 대상 환자군이 커지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병원에서의 결과를 볼 필요도 있다.

– 얼마나 더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번 연구를 보면 치료 성공을 판단하는 SVR12를 달성한 환자 수가 48명뿐인데, 최소한 1년 반 정도 지나야 이번 연구에 포함된 환자 대부분의 치료 성공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환자 수도 최소한 200명 정도는 돼야 데이터가 명확해지리라 본다. 다만 지금은 RAV 양성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는데, 여러 병원에서 이미 투여를 받았던 RAV 양성 환자 데이터를 향후 모은다면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 RAV 양성 환자 중 닥순요법으로 완치가 안 된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나.

당장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하보니를 권할 수밖에 없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비용때문에 어려워한다. 치료가 급하지 않은 환자, 예를 들어 간경화가 없거나 초음파 상 깨끗한 환자들은 더 기다려 보자고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된다. 이 환자들을 위해서는 다른 C형간염 신약에 대한 보험적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닥순요법은 신기능 장애환자에게 유리한데, 실제로는 어떠했나.

우선 신기능 장애 환자가 많지 않았고, 투석 환자는 없었다. 신기능이 많이 저하돼 있지만 투석을 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에는 순베프라 용량만 조절해서 치료에 성공한 적이 있다. 신기능 저하 환자는 혈중 단백질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치료 후에 알부민 수치가 올라가기도 했다. 덧붙여서 현재로서는 신기능 장애 환자에서는 닥순요법이 최적화된 치료법이다.

–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나 변수는 없었나.

이전 임상시험에서 흔히 나타난 두통은 조금 있었지만, 간 수치가 급격히 오른다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른 병원에서는 간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환자가 보고되긴 했지만, 극히 드문 사례다. 해당 환자의 경우 약물상호작용도 의심해볼 수는 있다.

– 이번 연구에서 가격적인 면은 다뤄지지 않았는데, 환자들의 만족도는 어떠했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사실 환자들은 부작용을 가장 고려하는 것 같다. 6개월 간 편히 치료받는데, 성공률도 높다는 점에서 만족을 하는 것 같다.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용은 약 260만원 정도인데, 일반 처방약과 비교한다면 저렴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 유전자형 1b형 환자 중 닥순요법이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비율은.

상당히 많다. 간경변증 유무와 관계없이, RAV 음성 환자는 모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데, 약 75% 정도 된다고 본다. 원내에서의 경험이지만, 국내 전체 환자로 보더라도 비율은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인터페론이 종적을 감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인터페론 치료의 경우 환자는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피 검사를 하고 부작용도 확인해야 한다. 자칫 사망할 위험도 있다. 때문에 현재 신약과 인터페론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약이 처방되면서 사실 인터페론을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인터페론을 원하는 젊은 환자 외에는 의사가 인터페론을 처방할 일이 거의 없다고 본다. 심지어 닥순요법은 인터페론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 C형간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간 국내에서 C형간염은 B형간염에 비해 전반적으로 방치된 편이었는데, 최근 우수한 신약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관심이 증대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마치 수술로 완치되는 것 같은, 내과 의사들이 겪기 힘든 보람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