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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독, 간해독, 정화요법

2007.07.17 00:51

한상율 조회 수:1717

장해독, 간해독, 정화요법

한상율

한 때 장청소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장에는 숙변이라는 오래 묵은 대변이 쌓여있는데 그 숙변에서 독소가 나와 온갖 병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제거해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것이 장청소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장을 청소해준다고 하면서 파는 것이 무슨 대단한 것처럼 선전했지만 섬유질을 주성분으로 한 변비치료제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지금도 장을 청소한다면서 그런 것을 파는 사람들은 남아있습니다. (장청소와 숙변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다른 글-숙변과 장청소 1, 숙변과 장청소 2-에서 지적한 적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늘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이 지루해서였는지 요즈음에는 장청소가 새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장해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주로 민간요법사들(그 중에는 면허 받은 민간요법사들도 있습니다)이 장해독을 한다면서 성분도 분명하지 않은 약초와 한약재를 팔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런 약초나 한약재를 사용해서 몸에서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여 체중을 줄이고 질병을 치료하며 건강을 증진시켜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숙변제거와 장청소를 주장하던 돌팔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입니다. 장해독을 통하여 간기능을 개선하고 만성적인 피로를 풀어주며 성인병을 예방하고 내장비만, 지방간, 만성 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그리고 피부병을 치료한다는 주장까지도 숙변제거제를 파는 돌팔이들의 주장과 같습니다. 물론 그런 효과가 사실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도 같습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라면 '해독'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뿐입니다. 해독이라는 말은 '몸 안에 들어온 독성 물질의 작용을 없애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장해독'이라는 말은 우리 몸에 독성물질이 들어와 있거나 중독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장해독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 몸이 중독되어 있고 우리 몸에 독소가 많이 쌓여있다고 겁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해독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장해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몸에 독이 들어있다는데 그것을 없애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렇게 겁을 주어 상품을 파는 것은 돌팔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입니다.

물론 그런 돌팔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중금속 중독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몸에는 독소가 쌓여있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해독을 할 필요가 아예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간을 해독한다고 주장하는 돌팔이들도 눈에 띕니다. '간해독'은 간이 하는 역할 중에 해독작용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을 악용한 상술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간해독이 필요한 사람은 매우 다양합니다. 간기능검사 수치가 높은 사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피곤하거나 아침에 목이 뻣뻣하고 과로를 많이 하는 사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술자리가 잦은 사람, 배에 가스가 차고 항상 과음 폭식하는 사람, 눈이 잘 충혈되는 사람,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사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성격이 불 같은 사람, 내성적이고 화가 나도 꾹 참는 사람, 피부색이 칙칙하고 윤기가 없는 사람, 기미가 많이 낀 사람.... 한두 가지 쯤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드물 것 같이 많은 사람에게 간해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에서도 간을 해독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건강보조식품과 약초를 파는 사람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습니다. 그들이나 우리나라의 돌팔이들이나 모두 간의 해독작용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에서 해독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간에 독소가 쌓여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신체의 다른 기관보다 간에 독소가 더 많이 모여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간은 해독이 필요한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불량의학'의 저자 크리스토퍼 완제크가 '간을 씻어드립니다... 간 해독을 돕는 것들(174 - 177쪽)'에서 지적했듯이 약초나 건강보조식품은 간을 해독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한약재 역시 간을 해독해준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없음은 물론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준다고 믿을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간을 해독하면서 나온 것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돌팔이들도 있습니다. 간에 있는 담도에 들어있던 노폐물과 담석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약초나 한약재가 장에서 모양이 변한 것이 아니라 간에서 담도를 통해 나온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장해독이나 간해독과 관련된 상품을 파는 돌팔이들은 정화요법이니 제독요법이니 하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믿을만한 근거나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토퍼 완제크의 말은 인용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곧장 의사를 찾아가라. 간에 아무 문제가 없다 싶으면, 해롭고 값비싸며 상당히 부적절한 간 해독 작전과는 아무 상관 없는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간을 보호하라. 듣자하니 건강보조식품 10일치에 20달러까지 쓴다고들 하는데, 그나마 간은 재생력이 뛰어난 기관이라 괜찮다지만 가계부까지 그런 능력을 가지지는 않았을 듯 싶다"

<관련 글>

1. 숙변과 장청소 1 http://user.chollian.net/~handor/nonortho/colon_cleansing05.htm
2. 숙변과 장청소 2 http://user.chollian.net/~handor/nonortho/colon_cleansing06.htm
3. 숯… 올리브기름… 엉겅퀴… 毒 청소한다고? 글쎄요 http://user.chollian.net/~handor/nonortho/detox01.htm
4. 한국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간경화 http://user.chollian.net/~handor/nonortho/liver_fraud01.htm
5. 불량의학(Bad Medicine) 크리스토퍼 완제크(Christopher Wanjek) 저 박은영 역 열대림 간 2006

처음 올린 날 ; 200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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